[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15개월 만에 한 자리에서 얘기를 나눴다. 깜짝 발표는 없었다. 양국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모색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24일(현지시각) 한국과 일본은 중국 청두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약 45분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수출 규제 관련 조치가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3년 반만에 수출관리정책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말했다.
원론적 대화다. 대화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먼저 대화를 언급한 점은 눈길을 끈다.
일본은 7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 한국 수출심사를 강화했다. 8월 한국을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가 수출통제제도 및 운용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는 일본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 위로금 지급 판결이 빌미가 됐다고 봤다. 아베 총리 등 일본 정부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을 거론하는 등 수출규제와 과거사 부인을 연계했다.
우리 정부는 8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 안보 신뢰 손실을 제기한 국가와 안보 협력을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9월엔 일본이 경제보복을 했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WTO 제소는 양자협상까지 진행했다.
분위기는 11월 변했다. 일본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통보 유예와 WTO 제소 중지를 선언했다. ‘한일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잔행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달 양국 관련 부처 국장급 담당자가 일본 도쿄에서 회의를 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 수출심사를 소폭 완화했다.
정상회담 1회로 문제를 풀기엔 양국 모두 국내정치와 명분이 부족했다. 한일 과거사는 한국도 일본도 양보하기 쉽지 않다.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 나선 고민정 대변인도 이 부분에 대해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 간 만남이 자주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라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규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사와 수출규제의 연결고리 분리를 우선 추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아베 총리는 “우리는 이웃이고 서로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실무 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아베 총리와 함께 독려해 나가자”라며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들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답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