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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졌지만 잘 싸웠다’… AI 컬링 로봇, 인간에 석패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인공지능 컬링로봇 ‘컬리’가 고개를 들고 카메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판을 훑어본 이 로봇은 호그라인(컬링스톤을 놓아야 하는 선)까지 초속 3.5미터 속도로 미끄러져 컬링스톤을 힘차게 투구했다. 출발점은 미묘하다 싶었지만 스핀이 걸린 스톤이 곡선을 그리며 하우스 안으로 굴러갔다. “더블 테이크아웃입니다” 인간 측 대표팀의 컬링스톤 2개를 동시에 쳐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졌다.

8일 경기도 이천 컬링센터에서 고려대학교 컨소시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컬링로봇 ‘컬리’와 인간의 컬링 맞대결이 벌어졌다. 인간 측 대표로는 춘천기계공고 고등부 컬링팀이 나섰다.

본 경기에 앞선 사전 시연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1엔드 1대0으로 이겼다. 컬링스톤을 전면에 배치하는 ‘가드’ 전술을 쓰거나 상대팀 컬링스톤을 쳐내고 득점하는 등 마치 인간처럼 경기 전반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가끔 스톤이 완전히 엉뚱한 구석으로 가는 경우도 보였다. 이날 빙질 상태가 평소 데이터와 달랐던 까닭이다.


오후에 열린 본 게임에서도 승부가 빙질 파악 능력에서 갈렸다. 컬링로봇이 총 2엔드 시합 0대3으로 패했다. 1엔드에서 1점차로 인간이 앞서나가자 2엔드에서 얼음을 문지르는 ‘스윕’ 없이 경기를 진행했지만 점수 차는 더 벌어졌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서울시컬링연맹 양재봉 사무국장은 “오늘 경기장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던 것이 변수, 얼음이 녹아 스톤이 과하게 휘어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선수들에게 유리한 얼음 상태, 컬리 로봇 역시 계속 변수를 수정했지만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 사무국장은 “그러나 경기는 예상했던 것 보다 막상막하, 타이트했다”라며 “양 팀 모두 스톤 한 두 개 실수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봇개발에 참여한 이성환 고려대학교 교수는 “얼음의 빙질이나 여러 문제점 때문에 완벽한 투구는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런 오차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보정해주는 것이 스위핑, 올 가을에 스위퍼 로봇을 개발해서 업그레이드하면. 드로우, 테이크아웃, 전략 생성 정확도가 훨씬 더 정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컬링 인공지능과 로봇 연구는 ‘ICT(정보통신기술) 평창올림픽’을 소재로 출발했다. 컬링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잡한 전략을 정교하게 수행하는 게임이다. 바둑이나 체스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이 활약하기 좋은 소재다.

컬링로봇의 투구 전략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컬브레인’이 맡는다. 컬브레인은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긴 인공지능 ‘알파고’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바둑은 격자점 위에 수를 두지만 컬링은 연속된 공간에서 수 싸움이 벌어진다.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은 같다. 모든 경우의 수를 찾고 그 중 가장 합리적인 수로 투구 전략을 선택한다.

이성환 교수는 “총 361수를 둘 수 있는 바둑은 깊이 있게 들어가지만 폭은 좁은 반면, 컬링은 폭은 넓은 반면 깊이는 16레벨로 깊지 않다”며 “컬링은 1엔드에 각각 8개씩 스톤을 던지는 16개의 뎁스(깊이) 게임트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복잡한 문제는 충돌에 의해 스톤의 위치가 계속 바뀌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특정시점에서 모델링을 해도 얼음판의 빙질에 따라 마찰력이 변하기 때문에 알파고에 비해서도 불확실하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컬링 로봇은 향후 컬링 선수들의 훈련에도 활용될 계획이다. 경기력 향상이나 통계 분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기에 나선 춘천기계공고 박현수 선수 역시 “처음에는 로봇이랑 컬링 경기를 한다는 게 의아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실력도 비슷해 재미있었다”며 “훈련할 때 로봇을 활용한다면 성적 향상도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단기적 목표는 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녀 선수팀이 모두 1등을 하도록 도와, 막강한 스포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또 빙상장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플로어 컬링이나 스크린 컬링같은 비즈니스에 적용에 시장을 넓히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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