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가 대상이다. 자체 보유한 기술과 연계 가능한 덕분이다. 파인텍도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장비를 양산할 계획이다.
파인텍은 디스플레이 본딩(Bonding)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매출 70% 이상을 책임진다. 이 제품은 고온의 쇠막대를 이용, 전도성 필름(ACF)을 녹여 인쇄회로기판(PCB)과 패널을 합착시키는 장비다. PCB는 전기적 연결기능을 담당한다. 패널에 전기 신호를 보내면서, 고정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그동안 파인텍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본딩장비를 공급해왔다.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CSOT, GVO 등이 주요 고객사다. 세계 최초로 접는(Foldabel, 폴더블) OLED 본딩장비를 개발, 기술력을 과시했다. 스마트폰 OLED 채택 증가, 폴더블폰 완판 행진 등은 호재다.
지난달 5일에는 대형 OLED 본딩장비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충남 천안 1사업장에서 만난 파인텍 김기호 상무는 “대형과 중소형은 기술적으로 다르다. 같은 본딩장비여도 개발 기간이 상당 부분 걸린다”며 “내년 하반기 혹은 내후년 상반기부터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용 패널은 1~2곳 정도를 본딩한다. TV용 패널은 20개 이상을 본딩하기도 한다. 여기서 기술 차이가 발생한다. 대형 OLED 본딩장비는 제이스텍이 주요 공급사다.
파인텍의 사업 확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배터리 분야에도 진출한다. 디스플레이 장비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탓이다. 배터리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오는 2025년 배터리 시장이 메모리 시장을 넘어선다고 내다봤다. 연평균 23%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 상무는 “지난 8월 2차전지 자동화 설비 전문 자회사 파인플러스를 설립했다”면서 “본딩장비 업체들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핵심기술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파인텍은 관련 업계 인력을 대거 영입, 기존 본딩 사업 인력과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파인텍은 자회사 설립 1달 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첫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2차전지 원형포장라인 자동적재 장비를 공급한다. 본딩 노하우를 적용한 사례다. 이달 중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상무는 “1공장 대비 2배 큰 천안 2공장을 배터리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2공장에 구축된 수출용 본딩장비 라인은 중국 광동 법인으로 이전한다.
현재 파인텍은 천안 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광동·천진, 베트남 등을 생산거점으로 두고 있다. 천진과 베트남은 주로 부품을 양산하는 곳이다. 김 상무는 “중국 인건비가 많이 오른 상태”라며 “천진 공장은 청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 광동 사업장과 베트남 사업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중국 지역은 생산기지로 삼기보다는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파인텍 부품 사업에는 디지타이저(Digitizer), 전자가격표시기(ESL), TSP(Touch Screen Module), 터치 키(Touch Key) 등이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지타이저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펜을 구동시키는 데 활용되는 부품이다.
김 상무는 “올해는 계단식으로 성장했던 한 해”라며 “대형 본딩 장비와 배터리 사업까지 시작한 만큼 당분간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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