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가 강조되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 공급처 다변화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 인수합병(M&A) 전략도 언급된다. 자체 개발 어려운 기술을 수급, 내제화하는 방식이다.
10일 한국소재부품투자기관협의회(KITIA)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는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호텔에서 ‘소부장 글로벌 M&A 컨퍼런스’를 열었다. 딜라이트 안진회계법인 김보훈 파트너는 “기술과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중요한 포인트는 시간 단축”이라고 강조했다.
소부장은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강점을 보이는 이유다. 아울러 미국은 글로벌 M&A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보인다. 유럽과 일본 등도 M&A에 적극적이다. 한국, 중국 등 뒤늦게 진출한 국가들이 물리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 파트너는 “기술적 기반을 중단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M&A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대표적인 사례다.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 구조 다각화를 위해 하만을 인수, 전장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하만은 카오디오, 인포테인먼트 등에 특화된 업체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확보,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김 파트너는 “대기업은 인재와 자금이 확보된 상태다. 중소중견 기업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면서 “현대차가 부품업체와 해외 같이 나가듯, 소부장 업계도 비슷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유승민 팀장은 글로벌 밸류체인(GVC) 변화에 주목했다. 유 팀장은 “반세계화 기조가 팽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세계화는 더 확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만의 생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역내 교역구조가 재편되면서 소부장 산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과거 제조업체들은 자체 양산에 무게를 뒀다. 이후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기술이 발전하자, 특정 부품에 강점을 보이는 경쟁사와도 거래를 텄다. 유 팀장은 “과거에 자신만을 위한 부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경쟁업체에 팔기도 한다”며 “이제는 과감한 M&A를 통해 기술 쇼핑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 업체 ISC는 지난 2014년 M&A를 통해 글로벌 업체로 거듭났다. 러버 타입 테스트 소켓 분야 유일한 경쟁사였던 일본 JMT를 인수, 특허침해 이슈를 해소했다. 영업확대도 뒤따라왔다. 매출액은 568억원에서 M&A 이후 990억원으로 급증했다.
KDB산업은행 고대영 팀장 역시 “우리 스스로 기술 개발에 10년, 100년 매달리기보다는 해외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며 “M&A, 조인트벤처, 라이센싱 등으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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