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온라인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이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업 매각을 알렸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는 내용이다.
이날 자료에서 첫 번째 눈길을 끄는 것은 우아한형제들의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라는 기업가치 평가다. 배민 투자사 중 한 곳은 “투자 당시 수천억원 수준의 기업가치였는데 그때 대비 몇 배나 뛰어오른 것이냐. 깜짝 놀랄만한 숫자”라며 “대단히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배민 플랫폼에 이 정도 몸값을 지불할 기업은 없다.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선 성공적인 엑시트도 하고 온라인 배달 앱 시장을 장악하려는 DH의 통 큰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그 다음 보도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경쟁사 비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직접 입장을 밝히기보다 IT업계 관계자 반응을 멘트 형태로 넣었다. 다음과 같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위기감이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보도자료에 대중의 이해를 구하면서 경쟁사 비방을 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배달앱 1위 기업이자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 인터넷 기업 중 한 곳이 외국 자본에 팔린다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기업 매각이 또 다른 거대 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또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의도였을까.
자료에 언급된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는 관련해 입장을 밝히길 꺼려했다. 다만 “이렇게 해서 얻는 것이 뭐냐. 황당하다”는 반응을 되풀이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C사 등 경쟁사 비방과 관련해 “아무래도 큰 자본을 가진 사업자들이 할인과 프로모션 마케팅을 강하게 하다보면 (배민도) 그만큼의 투자를 해야 한다”며 “배민이 상장사도 아니고 크게 투자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이 같은 경쟁상황이 일어나면 생존을 위협받는데 이 부분을 알아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