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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생태계, 약육강식 아닌 동반성장이 해법”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유료방송시장에서 일어난 일대 변화는 전통 미디어와 신생 미디어 간 생존경쟁으로 요약된다. 인터넷TV(IPTV) 주도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이 벌어지는 한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또 다른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료방송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한국IPTV방송협회 주최)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이 공멸 대신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유료방송시장이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 대신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자정 능력, 정부와 규제 기관의 지배추구행위 최소화, 시장 플레이어 간 신뢰 등 삼박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그간 통신업계는 2G에서 3G로 넘어가듯 이전 과정을 소멸시키고 대체하는 방식의 진화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방송은 이와 다르다. 근 100년간 등장한 모든 미디어가 함께 있다. 여전히 라디오가 존재하고, TV의 영향력도 막강하며, 이제 OTT가 가세했다”고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료방송시장은 포식적인 생태계보다 신뢰와 협업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되려면 누군가 정원을 잘 가꿔줘야 한다”면서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쟁이 아닌 시장이 자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IPTV 사업자들은 유료방송시장 내 경쟁과 협력을 동반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규제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성춘 KT 상무는 “약육강식 정글보다는 OTT와 경쟁하면서도 협업하면서 시장 자체를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한 가구당 2개 이상 유료방송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상황”이라면서 “IPTV도 OTT와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IPTV가 여럿이 함께 보는 매체였다면 이제는 개인화된 OTT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IPTV도 개인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사업 영역과 매출 규모가 더 성장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조영신 SK브로드밴드 실장 역시 유료방송시장이 과거의 성장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실장은 “그동안 유료방송사업자는 가입자 수를 늘려 돈을 벌었고, 콘텐츠사업자는 콘텐츠를 만들어 광고료를 벌었는데 이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서 “불안해진 사업자들은 다들 ‘우리 힘들다, 도와줘라’ 이런 얘기밖에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영역에서 생태계를 논할 게 아니라 앞으로 나올 시장을 봐야 한다. 같은 지향점을 찍으면 서로 도우며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예를 들어 TV라는 디바이스의 역할을 ‘영상’으로 한정하지 말고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사업자들이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지윤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규제로 인한 진입장벽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위원은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구축된’ 생태계다. 그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우물 안에 갇혀 갑론을박하며 안주하고 있다. 밖에서 정부와 입법기관이 이 벽을 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료방송시장에 재허가제도가 있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은데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진입규제를 늘릴 게 아니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홈쇼핑 방송도 정부가 무작정 숫자를 제한하기보다 거부감이 없는 시청자와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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