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유료방송 인수합병(M&A)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추진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3년 전 SK텔레콤 CJ헬로비전(현 CJ헬로) 기업결합 불허를 내린 공정위 모습은 사라졌다. 경쟁당국이 규제 대신 시장경쟁에 손을 들며,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국내기업 경제활동 발판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6일 전원회의를 열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3개사 합병, SK텔레콤의 티브로드노원방송 주식취득,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 건을 심사한 결과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10일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유료방송시장 재편과정에서 발생한 인터넷TV(IPTV)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승인한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및 시장환경에서 혁신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 기업결합 때와 달리 현재 유료방송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됐다고 보고 아날로그 대체 상품인 8VSB를 디지털과 분리해 시장을 획정했다.
공정위는 “IPTV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넘어 최대 유료방송 플랫폼이고, SO 내에서도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은 등 유료방송시장이 디지털 유료방송상품 위주로 재편되는 등 경쟁상황이 유의미하게 변화했다”며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VSB 유료방송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획정하고, 아날로그방송 종료 예정을 감안해 아날로그 케이블TV를 유료방송 상품시장 획정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우려한 교차판매 금지를 비롯해 알뜰폰 규제 조건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경쟁을 축소할 수 있는 조건들은 제외된 셈이다. 다만, 공정위는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 제약, 실질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
공정위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케이블TV의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조항을 공통조건으로 부여했다.
LG유플러스는 8VSB 상품, SK브로드밴드는 디지털케이블TV까지 시정조치 대상에 포함시켰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기업결합의 경우, 디지털케이블TV에서도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7개 각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서, 경쟁제한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행기간은 2022년 12월31일까지다. 그러나 유료방송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결합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 시정조치 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프로그램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거래관행 등 시장현황과 개선사항을 분석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소관 사항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하기보다는 다른 조치를 통해서 경쟁제한성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적 문제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와 함께 보는 것이 피해를 구제하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번 공정위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시장 내 합종연횡 상황에서 공정위의 시장 친화적 결정이 유료방송시장 재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SK텔레콤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한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존중하며, 과기정통부‧방통위 인허가 승인 취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합병법인은 IPTV와 케이블TV의 성장을 도모하고 PP 등 협력 기업과 상생함으로써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시장은 물론 알뜰폰 시장에 대해 공정위가 판단한 바와 같이 경쟁이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 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