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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M&A ①]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한국 ‘골든타임’ 놓칠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추진 등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대형 인수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 간 인수합병에서 보듯 미디어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은 국내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6일 전원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방향이 제시되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디지털데일리>는 긴급진단을 통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유료방송 M&A의 바람직한 방향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 유료방송시장 구조개편이 정부 심사에 발 묶여 자칫 잘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불허 판결로 한 차례 기회를 날린 터다. 이번에는 SK텔레콤뿐 아니라 LG유플러스까지 유료방송 기업결합(M&A)에 도전장을 던졌고, 또다시 공정위 판결대 앞에 섰다.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케이블TV 시장은 침체된 지 오래며, 모바일 중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은 가파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빅딜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나선 상태다. 이들의 공세는 한국까지 미치고 있다.

합종연횡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기존사업인 케이블TV는 고사하고 신사업인 OTT는 해외기업에 잠식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유료방송 M&A 관련 정부의 늑장심사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다.

◆글로벌 미디어 산업, 대규모 M&A 속 체질 변화=
한국이 3년 전 유료방송 시장 재편 기회를 놓쳤을 때,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속속 준비하고 있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굵직굵직한 M&A를 발표하며, 미디어 빅뱅을 예고했다.

미국 케이블TV 사업자 컴캐스트와 디즈니는 폭스 콘텐츠사업부 인수를 위해 맞붙었고, 한화로 80조원이 넘는 713억달러까지 인수가가 치솟았다. 결국 폭스는 디즈니 품에 안겼다. 디즈니의 픽사, 마블코믹스, 루카스필름, 엑스맨, 데드풀, 아바타 등이 한 가족이 된 셈이다. 이에 컴캐스트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를 한화 약 43조원에 달하는 297억파운드에 인수했다. 스카이 지분 39%를 보유한 폭스는 스카이 인수전에서 실패를 맛봤다. 여기에 미국 통신사 AT&T는 한화 약 93조원에 이르는 약 850억달러를 쏟아 타임워너를 인수하며 CNN, 워너브라더스, HBO 등을 아우르게 된다.

덩치가 커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다음 단계는 OTT로 향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맞선 OTT 서비스 출시가 줄줄이 예고됐다. AT&T의 워너미디어는 내년 5월 월 14.99달러의 ‘HBO 맥스’를 내놓는다. 왕좌의게임, 프렌즈를 비롯해 DC코믹스 슈퍼히어로 시리즈까지 제공한다. 컴캐스트는 자회사 NBC유니버설을 통해 내년 4월 ‘피콕’을 선보인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자체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공개했다. 애플, 아마존도 OTT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마블코믹스, DC코믹스, 왕좌의게임 등 국내 이용자 사이에서도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를 주력으로 삼은 글로벌 OTT들이 한국에 진격하면 국내 유료방송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출시를 알렸다. 그런데, 한국 OTT는 이제야 태동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지상파3사와 OTT 통합법인 ‘웨이브’를 출범했고, 카카오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콘텐츠 협업 문을 열었다. CJ ENM과 JTBC도 OTT 합작법인 출시 계획을 밝혔다. 아직은 제대로 모습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 유료방송 M&A조차 여전히 정부심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꺼져가는 케이블, 정부 조속한 결정으로 불확실성 줄여야=공정위는 오는 6일 전원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 관련 논의를 재개한다. 공정위는 지난 달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 심사 안건에 대해 합의 유보했다.

이와 관련 CJ헬로 노동조합은 “방송·통신 기술 융합으로 유료방송시장은 오래 전부터 재편이 예측됐음에도 정부는 사업자의 자구적인 변화혁신 노력에 대해 어깃장을 놓으며 케이블방송 노동자를 끊임없는 고용불안으로 내몰아왔다”며 “유료방송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업결합마저도 때마다 다른 이유로 가로막는다면, 케이블방송 산업은 소멸되고 케이블방송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리는 무책임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조속한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블TV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TV(IPTV) 매출 상승 추세와 달리, 케이블TV 가입자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IPTV 가입자는 67만4875명 늘었지만, 케이블TV 가입자는 12만185명 줄었다. 가입자 격차는 185만명에 달한다. 케이블TV와 통신사 간 맞손은 사실상 생존에 가깝다.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도 통신사와의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사 또한 M&A를 통해 변화하는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다. 미국 통신사 AT&T가 콘텐츠 사업을 내재화하고 미디어 부문에서 수익을 확장하기 위해 타임워너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랜덜 스페픈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의 미래는 동영상서비스, 동영상서비스 미래는 모바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통신방송 업계도 이러한 다급함을 모르지 않기에 유료방송 M&A 등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허들이다. 이들 기업은 공정위 심사를 거친 후, 방송법상 유료방송사업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시한 사전동의 방안에도 걸맞아야 한다. 내년이 넘어가야 정부 심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상황인데, 이 일정마저 지연되면 M&A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일자는 내년 1월에서 3월로 미뤄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T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유료방송시장의 자발적 구조개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적기에 심사를 마무리해야한다”며 “관련 산업투자 계획 및 고용 불확실성 제거 등 많은 사안이 걸려있는 만큼 공정위 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역시 조속히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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