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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보는 장사’ 한다는 KB 알뜰폰은 ‘메기’일까 ‘배스’일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B국민은행 알뜰폰이 화려한 출발을 알렸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존 업계의 우려는 커진다. 당초 국민은행에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는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이들은 오히려 대형 자본력으로 경쟁을 심화시키는 ‘배스’가 되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8일 첫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의 사전 출시행사를 열고 핵심 서비스와 요금제를 공개했다. 핵심은 저렴한 LTE 요금제와 알뜰폰 업계 첫 5G 요금제다. 금융거래실적 및 제휴카드와 연계하면 월 3만7000원이 할인돼 요금이 최저 7000원까지 떨어진다.

파격적인 요금할인을 위해 국민은행은 수익 창출을 포기했다. ‘리브엠’ 서비스로 마진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첫해엔 투자비가 많아 통신비에서 손실이 많겠지만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의 ‘손해 보는 장사’가 가능한 이유는 막강한 자본력 덕분이다. 국민은행은 사실상 망 이용대가 미만의 요금제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적자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대신 규모의 경제로 가입자를 대폭 확보한 다음을 노리는 전략이다.

알뜰폰 서비스를 하려면 이동통신 사업자의 3G·LTE 또는 5G 망을 빌리고 사용료를 내야 한다.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망을 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100GB 이상 LTE망 도매대가는 62.5%다. 5G망 도매대가는 공식화되지 않았으나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의 경우 75%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쓰는 국민은행은 요금제 가격의 각각 60~70%대를 망 사용료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리브엠의 LTE 요금제(월 데이터 11GB·4만4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고객 1명당 2만7000원가량 망 이용대가를 내고 최대 3만7000원가량 요금할인까지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와 중소 알뜰폰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한 중소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출혈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대기업 계열사들의 알뜰폰 진출로 경쟁이 극심해진 생태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국민은행의 망 도매대가 협상은 다른 알뜰폰 사업자에게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에 내는 도매대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면 다른 사업자들의 요금제 설계가 어려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의 견제도 크다. 국민은행이 대기업임에도 규제 완화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알뜰폰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요금할인 수준은 기존 통신사에선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반면 국민은행은 통신사업자에 적용되는 이용약관 규제가 없어 저렴한 요금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과기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사업 매출 800억원 미만 알뜰폰 사업자에게 이용약관 신고 의무를 면제한 것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대형 사업자이지만 알뜰폰 시장엔 처음 진출하는 것이어서 첫 이용약관 등록 이후 매출 800억원 달성 이전까진 신규 요금제를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은행의 업계 상생 의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허인 행장은 리브엠의 경쟁자는 기존 알뜰폰 사업자가 아닌 대형 통신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3G·LTE 위주의 알뜰폰 고객이 아닌, LTE·5G 중심의 통신사업자들 고객을 데려오려고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국민은행이 알뜰폰으로 수익을 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소 사업자들은 그걸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통신사 고객을 잡겠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할인율이 많아지다 보면 중소 알뜰폰과 겹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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