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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맺은 SKT-카카오, ICT 공룡 연합 등장에 산업지형 변화 예고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5G를 포함해 통신서비스 1등자리를 지키고 있는 SK텔레콤과 독보적인 모바일 플랫폼 1등 기업 카카오가 ‘혈맹’을 맺었다. 양사는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강력한 동맹을 형성했다. 전 ICT 영역으로 파생 가능한 공룡 연합군 등장으로 산업지형 변화까지 예고되는 상황이다.

28일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지분교환 협약식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3%,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57%를 인수키로 했다. 양사 모두 ICT 협력을 위해 지분 맞교환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합병(M&A)이나 우호적 지분 확보 등의 이유가 아니라, 파트너십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분 교환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기존 ICT 파트너와의 협력 수준보다 강력하며, 지분을 교환한 만큼 ‘피의 동맹’과도 같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에 대항해 국내 1등 사업자가 뭉쳐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5G와 통신 인프라 및 미디어, 카카오의 플랫폼‧콘텐츠 역량 등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충족하면서 시너지를 꾀하게 된다면 구글 등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과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가 ‘시너지 협의체’의 대표 역할을 맡고 매달 정기 회의를 열고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까지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니 개방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이 맞았다”며 “파트너를 찾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와 의견이 맞아 수개월만에 급속도로 추진됐다. 1년 내 속도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커머스, 콘텐츠, 미래기술 협력 등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커머스의 경우, SK텔레콤 11번가와 카카오쇼핑 플랫폼을 상호 연동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11번가 상품을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방안도 물망에 오른다. 이 경우, 금융과도 결합된다. 카카오페이 협력 범위 확대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SK텔레콤은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카카오뱅크와는 선을 그었다.

콘텐츠 제휴도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자회사를 통해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을 볼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와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카카오M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카카오M은 최근 영화사 인수까지 밝힌 상태인 만큼, SK텔레콤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또한 카카오 콘텐츠 제휴를 통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통신의 경우 카카오톡을 활용한 고객경험을 개선할 수 있으며, 양사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및 연구개발(R&D)을 발전시킬 수 있다. 사업협력 진행경과에 따라 지분협력 비율을 높이거나,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티맵택시‧카카오T와 같은 모빌리티 앱, 음원서비스, 메시징 서비스 등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기존 사업 방침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종료나 통합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국내 1위 무선 통신사업자의 3124명 가입자와 카카오 4417만명 월활성이용자수(MAU) 트래픽이 합쳐지면 다양한 사업 기반이 될 수 있다”며 “SK텔레콤 웨이브와 카카오M 드라마 제작 및 연예매지니먼트 등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 역량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카카오 광고 사업과 SK텔레콤 인크로스 등을 통해 광고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SK텔레콤 11번가와 카카오 쇼핑사업 제휴로 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AI와 게임, 모빌리티, 챗봇, 자율주행 등 양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중장기 신사업 영역해서도 다양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을 보탰다.

특히, 이번 협약에는 최소 1년간 주식처분을 제한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에 양사는 내년까지 전방위 사업에서 상호 시너지를 꾀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구성하고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다만, SK텔레콤과 카카오 모두 1년이 지나더라도 상황에 따라 조건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와 SK텔레콤 간 관계가 긴밀해진 만큼 KT와 LG유플러스와의 사업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만큼 파급력이 있는 협력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과 카카오가 강력한 동맹을 맺은 만큼 카카오와의 신규 협력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양사가 어떤 사업모델을 가지고 올지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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