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21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종합감사에서는 악성 댓글 대책을 촉구하는 이른바 ‘설리법’ 도입과 KBS의 남북축구 중계방송 무산 논란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화두들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계속되는 혐오표현 논란, 설리법·준인터넷실명제 대안으로=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연예인 설리 사건으로 촉발된 인터넷 악성 댓글 사태에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 혐오 표현 사각지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부상하면서 국회에서는 이른바 ‘설리법’으로 규명한 악성 댓글 방지 대책을 법제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이른바 ‘좌표 찍기’를 통한 실검 여론 조작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좌표 찍기는 여론몰이를 유도하는 출발점”이라며 “좌표를 찍는 순간 증오나 혐오가 집단화되어 설리 사태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공격을 당한다”고 강조했다.
좌표 찍기란 커뮤니티가 특정 기사나 SNS를 실시간 검색어로 올려 이슈화하는 방법이다. 실검에 따른 기사량이 늘어나면 인터넷 매체들은 유사한 기사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단다. 여기에 악플과 악플 반응을 실은 기사가 다시 게재되고 네티즌이 이를 또 좌표로 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선숙 의원은 “좌표 찍기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나 포털은 실검 상승으로 트래픽이 오르면서 수익이 창출된다”면서 주요 콘텐츠제공자(CP)과 인터넷 매체가 부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조문 도입을 협의했으나 방통위가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 역시 “설리 문제는 익명에 숨은 폭력이자 손가락을 통한 간접살인”이라며 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017년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으로 판결됐지만 최소 그에 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아이디와 IP를 전부 공개해 어느 정도 본인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한상혁 위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서 “법안이 발의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현행 법률에 손 볼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 “남북축구 중계방송 공개해라” vs. KBS “못한다”=KBS의 평양 남북축구 경기 중계 무산 사태는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다. 앞서 KBS는 지난 15일 열린 남북축구 경기 생중계를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경기상 남북한 선수들의 충돌이 심해 여론 악화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양승동 KBS 사장은 이에 대해 “KBS가 해당 경기 중계권을 구입했으나 제공 받은 DVD는 중계 계약으로 구입한 영상이 아닌 기록용이었다”면서 “KBS의 중계권 계약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현재 대행사 측에 계약금 반환 내지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중계권 계약서와 경기 동영상을 공개하라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그러나 “계약서를 공개할 순 없으며 동영상 공개는 축구협회 소관이기 때문에 협회 측에 요청해야 한다”고 물러섰다.
양승동 사장은 “해당 축 경기 영상의 경우 KBS가 구입한 영상이 아닌데 임의로 공개하면 나중에 법적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면서도 “축구협회에 요청해 영상을 공개하라”는 박대출 의원의 재차 요구에 “검토해보겠다”고 마지못해 답변했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 역시 “남북축구 중계 계약금을 반환받으려면 소송할 필요 없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손해배상을 할 거라면 위약금 규모와 방송 불발에 의한 KBS 신뢰도 저해, 경제적 손실 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