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넷플릭스 대항마, 지상파와 통신사 연합, 대표 토종 OTT. 출범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웨이브가 16일 오후 공식 출범했다.
이날 웨이브 출범식에는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주주사 사장단은 물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들의 수장까지 참석해 웨이브 출범에 따른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웨이브는 SK텔레콤 OTT인 옥수수와 지상파방송사들의 푹이 결합해 출범했다. 2023년까지3000억원의 콘텐츠 투자를 진행해 500만명의 유료가입자 확보,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의 참여로 콘텐츠 사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인 재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방송사들의 콘텐츠 제작능력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의 자금과 지상파 콘텐츠의 결합은 그래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SK텔레콤의 충성도 높은 가입자도 웨이브의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옥수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SK텔레콤 가입자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컸기 때문이다. 다른 통신사 가입자에게 차별적으로 대우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웨이브 입장에서는 재원과 마케팅 측면에서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OTT 등 뉴미디어 시장에서의 승부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지상파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이 콘텐츠들을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푹과 옥수수 결합을 승인하면서 지상파 콘텐츠의 비차별 공급조건을 부과했다. 넷플릭스가 지상파 VOD를 유통할 수 있지만 웨이브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유통할 수 없다. 웨이브에 있어 지상파 콘텐츠는 차별적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당초 오픈 생태계를 강조했지만 콘텐츠 생태계의 한축을 담당하는 CJ ENM이나 JTBC, 다른 통신사들은 웨이브에 참여하지 않는다. CJ ENM과 JTBC는 17일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웨이브 생태계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웨이브는 5년간 3000억원, 연간 600억원이라는 거액(?)을 콘텐츠 제작 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한해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한 넷플릭스에 비하면 비교자체가 무색해진다.
규제측면에서도 시장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OTT 사업자를 통합방송법 내 법적으로 명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글로벌 OTT도 규제 틀 안에 넣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없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결국 국내 OTT만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웨이브와 글로벌 OTT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 될 수 있다. 웨이브는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다양한 사업자와의 협업,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웨이브는 매주 미니 시리즈나 주말 드라마 등 신작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일단 국내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경쟁할 만 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웨이브가 대표 토종 OTT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잠식해가고 있는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파도를 일으킬지, 과거 통신사들의 모바일IPTV의 확장판에 그치게 될지 웨이브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