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존리 증인은 모르쇠로 일관해 매우 유감이다. 내년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것 같다.”
국정감사 때마다 스타(?) 증인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큰 이슈의 중심에 있다 보니 의원들의 질의를 독점하는 증인이다. 지난 4일 진행됐던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은 증인을 꼽으라면 단연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아닐까 싶다.
존리 대표는 지난해에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여야 위원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바 있다. 하지만 존리 대표는 올해도 모르쇠와 불필요한 답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존리 대표는 유튜브 운영방식이나 해외에서의 망이용대가 지불 등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답을 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세가 입법화 될 경우 "준수하겠다"면서도 "디지털세는 국제조세협약과 일치되지 않아 우려가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증인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래픽 경로 변경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본사와 방통위간 소송"이라며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정 대표는 국내 통신사들의 경로 원상복귀 요청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파악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 그렇다. 본사 임원도 아니고 한국 지사장에 불과한 그들이다. 그들이 본사 정책과 관련해 어떤 책임 있는 답을 할 수 있겠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라고 하니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것저것 묻고, 호통도 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존리 대표의 불성실한 답에 “내년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그가 또 증인으로 출석한들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이라도 평평해질 수 있을까?
한국지사장에게 호통을 쳐봐야 소용없고 책임 있는 본사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렇다면 프랑스처럼 법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할 일은 입법기관으로서 법제도 측면에서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국감만 되면 여야 위원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입법화 노력이나 관계기관과의 협업 등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다.
존리 대표는 대답할 때마다 “존경하는 의원님”이라는 사족을 붙였다. 그가 정말로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존경하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반복된 존경심과는 별개로 과방위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국내 ICT 사업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1년에 한번 호통치는 것이 아니라 법제도상으로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