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알뜰폰 시장이 들썩인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코앞이다. 빈자리엔 KB국민은행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형 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기대보단 걱정이 크다. 당분간 부진한 시장엔 활기가 돌겠지만, 대기업과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알뜰폰사업자(MVNO)에 대한 이동통신사업자(MNO)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작업은 막바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LG유플러스에 발송했다. 쟁점이 된 알뜰폰 사업 분리매각 조건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승인만 남겨뒀다.
국민은행도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시장에 진출한다. 신규 알뜰폰 서비스 ‘리브 엠(Liiv M)’ 출시가 내달로 다가왔다. 국민은행은 5G 요금제와 간편인증 서비스를 내세워 기존 알뜰폰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알뜰폰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 조짐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일단 LG유플러스와 국민은행이 침체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이끌 것이란 시각도 적잖다. 기존 알뜰폰을 향한 ‘저가폰’ 또는 ‘노인폰’이라는 인식을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소 알뜰폰 입장에선 그러나 시장 양극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중소 알뜰폰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면서도 “당초 대기업 견제라는 알뜰폰의 취지가 이제는 무색해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대형 사업자와 중소 사업자 간 격차는 이미 크다. 지난달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 5곳의 평균 가입자 수(72만8000명)는 나머지 39개 중소 알뜰폰 평균(15만명)의 4.8배에 이른다.
특히 독립 알뜰폰 업체로서 시장 1위를 지켜온 CJ헬로모바일이 LG유플러스 품에 안기는 것은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사업자와의 망 도매대가 등 협상을 주도해온 구심점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자인 국민은행이 그 역할을 이어받기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LG유플러스가 중소 알뜰폰 업체와의 ‘상생’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러한 지적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24일 알뜰폰 상생 방안을 본격 발표한다. 업계에 따르면 저가 LTE 요금제 출시 중단, 중소업체 판로 확대 지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CJ헬로는 SK텔레콤·KT 복수 망을 이용하면서 어느 정도 통신사업자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 망을 단독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경우”라고 지적하며 “중소업체들 편에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