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홍하나기자]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3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한 국내 SW기업이 총 247개사, 총 매출액이 63조2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기업 수와 총 매출액은 각각 10.3%, 13.1% 증가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성장’을 외치던 SW 업계에 긍정적인 지표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첫 번째, 이번 조사 결과는 SW패키지로 불리는 ‘순수SW’의 대표성이 떨어진다. 협회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SW 사업자 신고 데이터,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매출액 중 30% 이상이 SW에서 발생한 기업이다. SW 매출액을 별도 공시하지 않은 경우, 전체 연결 기준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다. 10.3%의 성장이 순수SW의 성장 수치를 대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SW를 비주력 사업으로 하는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업종별 매출액 성장비율은 컨설팅(220.8%), IT인프라 솔루션(51.5%), 임베디드(32.8%), 인터넷서비스(22.8%) 순이다. 패키지 SW, 보안 SW 등 토종 'IT솔루션'은 4.7%로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국내 SW 산업 성장은 융복합 SW사업이 견인한 것이다. ‘클라우드 컨설팅’과 게임, 간편결제, 온·오프라인 통합(O2O) 등 ‘인터넷 서비스’가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토종 IT 솔루션은 고전했다. 비주력 SW 기업과 주력 SW 기업의 성장률이 절반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세 번째, 순수 SW에 속하는 'IT솔루션' 부문 가운데 가장 큰 매출액을 보인 곳은 외산 기업인 SAP코리아다. 물론 외산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IT솔루션의 성장률(4.7%)도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째로 매출액이 큰 국내 기업과 약 40%의 차이가 난다. 수치를 하나하나씩 들여다 볼수록, 쓴 나물을 곱씹듯 어딘가 씁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높은 외산 의존도, 미미한 업계 성장률 등은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SW 업계에서 외산 SW 의존도를 줄이고, SW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오랫동안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SW산업도 다를 것이 없다. SW는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클라우드 등 주요 IT분야의 소재다. 지난 9일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홍구 한국SW산업협회 회장도 “국내 SW 산업은 특정 국가와 기업, 솔루션에 매몰되어 있다”며 “지금부터 중장기적 국가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의 바람처럼 국내 SW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외산 SW기업과의 공정 경쟁 환경 마련, SW제값주기, 현실적인 글로벌 진출 지원책 등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국내 SW 업계가 이번 조사 결과를 긍정, 부정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장의 지표로 삼았으면 한다. 더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내년엔 더 큰 성장을 기대한다.
<홍하나 기자>hhn062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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