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5G 상용화 이후 벌어진 통신3사 혈전의 피해는 예상만큼 컸다. 5G 가입자 경쟁전은 치열했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5G 값을 톡톡히 치룬 만큼 효과는 나타났다는 것이다. 통신3사 모두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무선사업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통신3사 2019년 2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SK텔레콤 3228억원, KT 2882억원, LG유플러스 148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6.95%, 27.8%, 29.6% 줄었다.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LG유플러스는 ‘참혹하다’라는 표현까지 했다. 하현회 대표가 5G 점유율 30%를 공언하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던 LG유플러스다. 그런데, 이번 실적 발표 후 5G 강박을 없애라며, 5G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춘 사업방향을 수정하자고까지 제안했다. 5G 초기 비정상적인 지상에서 가입자 획득 비용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영업이익 하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실적의 발목을 잡은 건 5G다. 2분기 통신3사 설비투자비용(CAPEX)은 총 2조1000억원이 넘는다. 전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여기에 부담을 보탠 항목은 마케팅비용이다.
통신3사는 2분기 마케팅비용에 약 2조50억원을 집행했다. CAPEX에 2조1000억원이 들어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돈을 5G 마케팅에 투입했다. 매출액 4분의 1가량을 마케팅비로 쏟았다. 2분기 마케팅비용은 SK텔레콤 7286억원, KT 7116억원, LG유플러스 5648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3.7%, 20.2%, 11.2% 상승했다.
통신3사가 초기 5G 가입자를 잡기 위해 벌인 경쟁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 마케팅비용에는 불법보조금도 포함돼 있다. 최근 몇 달간 ‘갤럭시S10 5G’와 ‘V50씽큐’는 일부 유통망에서 공짜폰으로 풀렸다. 심지어 차비 개념의 현금을 오히려 고객에게 지급하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5G 단말이 0원까지 곤두박질치게 됐으니, 이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5G 시장점유율을 선점하고 싶은 통신3사 이해관계가 얽혀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물론, 통신사도 기업이다.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무조건 손해나는 장사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유통망은 단말 가격을 낮추는 대신 고가요금제 일정사용 유지조건을 내걸었다. 월 8만원대 요금제를 3~6개월가량 사용하게 하는 등의 방식이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한 만큼 영업이익은 고꾸라졌지만, 매출은 늘었고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던 무선사업 매출은 반등했다.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진 만큼, 선택약정할인 여파로 추락 중인 ARPU도 오랜만에 상승 전환했다.
8월 ‘갤럭시노트10’을 시작으로 하반기 신규 5G 단말이 줄줄이 나온다. 매출과 ARPU를 높여줄 새로운 기회요소다. 당장은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되지만, 고가 요금제 사용자가 늘어나고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5G효과는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된다.
영업이익 감소에도 컨센서스를 상회한 SK텔레콤은 아직 여유가 있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 때부터 주도해 온 5G 성과를 제대로 가시화해야 한다는 임무를 아직 완수하지 못한 만큼, 총공세 준비를 해야 한다. LG유플러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출혈경쟁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윤경근 전무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5G 초기시장은 비정상적인 경쟁이라고 본다. 하반기 여러 종류 5G 단말이 출시되기 때문에 마케팅 경쟁 이슈는 있다”며 “5G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마케팅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고, 연간 영업이익은 5G 경쟁심화 관련 비용 증가로 인해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