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면서 유료방송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를 놓고 통신사는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주목하고 있고 시민단체 등은 지역성과 공익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는 유료방송시장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11일 방송통신공공성강화 공동해동, 추혜선 의원(정의당), 김종훈 의원(민중당)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미디어 변화에 집중하며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유료방송 M&A 심사 때 지역성과 노동권 보장, 공적책임 담보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유료방송시장 관련 정책적 개선 상황과 관련해 사업자 간 이해관계에만 얽매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20년 전 미디어법 체계, 규제 프레임워크 재설계 단계가 한참 지났다는 언급처럼 우물 안 개구리같이 낡은 제도 속에서 안주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유료방송, 전송기술별로 위성, 케이블, 인터넷TV(IPTV) 등 칸막이식으로 규제했는데 융합환경에서 적절한 지에 대한 고민이 있으며, 매체별 특성이나 생산환경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시장 변화를 외면하면 한국은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기 과장은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의 변화와 콘텐츠 투자 확대를 예로 들며 주요 국가도 규제정책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유럽연합(EU)은 신고제로 변화하고, 일본 케이블TV도 등록제라는 것이다. 이는 시대적 시장 변화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빅뱅이며, 전통적 매체 성장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입자 수는 전통 유료방송 가입자수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광고수익도 디지털시장에 내준 상황이다.
김 과장은 “규제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고, 주요 국가는 점유율 규제를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다 없앴다. ”며 “유료방송 전송 영역에서 규제는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콘텐츠 부분에서는 공공성과 다양성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방통위는 경쟁적 글로벌 미디어 환경보다는 지역성을 유지하고 근로자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주시했다. 방통위는 유료방송 합병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갖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방통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심사 준비 경험이 있고, 과기정통부가 변경허가 관련 사전동의를 요청하면 지역성과 노동권, 시청권 부분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공적책임을 담보하겠다”며 “2016년 사전동의를 공표하고 주요 심사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있는데, 이번 M&A 때도 이같은 사항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성 이슈의 경우, 지역채널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재허가‧변경허가 심사 과정을 통해 투자 계획 및 지역밀착 콘텐츠를 요구할 수 있다. 2016년 심사조건을 보면, 인력운용 및 편성, 공익성, 고객센터 운영, 복리후생, 지역채널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번에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과장은 “IPTV 시장 중심 구조가 된다면, 지역채널 운영 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나 비용절감에 치중하고 지역밀착형 보도보다 광역 중심으로 재편될 우려가 있다”며 “재허가 조건을 통해 지역채널 투자를 확대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근로자 복지와 협력업체와의 상생방안을 심사항목에 반영하고, 고용승계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며 “현실적으로 근로자 노동권이 보장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한편, 이날 추혜선 의원은 축사를 통해 “ 기업결합 심사가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겠다”며 “시장지배력, 지역성, 알뜰폰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