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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차세대를 끝으로 저무는 ‘빅뱅’…은행권 “더 이상 계획없어”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9-05-06 11:55:51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이번 5월 어린이날 3일 휴무기간동안 산업은행 IT직원들과 주사업자인 SK(주) C&C, 그리고 수많은 협력사 직원들은 최고로 긴장된 시간을 보냈다.
2년 가까이 진행된 차세대전산시스템을 가동하기위한 데이터 이관이 이 3일 연휴기간 동안 이뤄지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전환을 위해 5월 4일 00시(자정)부터 5월 7일 오전 6시까지 모든 금융거래가 일시 중단된다고 공지했다.
산업은행은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 기간동안 총 168개 단위업무 중 156개 단위업무 시스템을 신규 개발했다. 기간계시스템 개발외에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뱅킹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구축도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1차 개발을 끝내고 지난해 8월부터 테스트에 돌입했다.
2년전, 산업은행이 당초 프로젝트 개발 당시에 계획했던 일정대로 무사히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게 된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국내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동안 IT개발 요건의 변경, IT개발 인력의 이동과 이탈, 개발된 IT시스템의 품질 미흡 등 갖가지 변수들이 돌출될 경우, 프로젝트 일정이 늦춰지거나 시스템 오픈 일정이 연기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최대의 IT사업으로 손꼽히는 3000억원 규모의 교보생명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 오픈 예정이었지만 결국 올해 하반기로 오픈 일정이 넘어가게 됐다. 5월초를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에는 더 이상 오픈 일정을 잡을 만한 3일 이상 연휴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개발 사업처럼, 은행 IT체계를 특정기간을 정해놓고 일시에 개발하는 '빅뱅' 방식은 이제 국내 은행권에서 더 이상 시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빅뱅' 방식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진데다 더 이상 비용 효율적이도 않기때문이다. 또한 계정계 보다는 정보계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빅뱅 방식을 선택할 이유도 과거보다는 감소했다. 과거에는 전산시스템의 무중단(24/365)과 안정성을 확보하기위한 시스템 증설, 계정계시스템의 혁신이 중시됐지만 IT장비 성능의 확대되면서 시급성은 완화됐다.
아울러 차세대시스템 개발 비용의 50% 이상이 계정계시스템 교체때문에 발생했는데, 빅뱅 방식의 후퇴는 자연스럽게 금융권 차세대 사업 비용도 축소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금융권에서 집중적인 개발 및 테스트 시간을 확보해야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시도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국민은행이 올해부터 1년6개월의 일정으로 시작한 정보계 중심의 차세대사업인 '더 K 프로젝트'는 겉으론 빅뱅방식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사업자가 별도로 선정되고, 개발사업이 완료되고 시스템이 오픈되는 일정이 서로 다르기때문에 특정일에 한꺼번에 시스템을 오픈하는 빅뱅방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히 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에서 계정계시스템 개발을 제외시켰다.
빅뱅 방식에 대한 회의론은 이제 은행권 전체로 확산된 모습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2016년 '외환 + 하나은행' IT통합당시 시스템을 대폭 증설했기때문에 차세대시스템 개발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지만 2020년 이후 사업을 추진한다해도 빅뱅 방식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메이프레임에서 유닉스기반의 개방형 환경으로 전환한 농협은행도 시기상으론 이제 차세대시스템 개발 추진을 검토해야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2017년1월, 농협 계정계의 IT분리 사업 과정에서 시스템 고도화가 진행됐기때문에 2020년 중반까지는 시스템 증설이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농협은행 CIO인 이원삼 부행장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실시간 마케팅 지원체계를 구현하기위한 정보계 차세대 사업을 2020년 이후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혁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보계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데이터 분석과 활용, 마케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 이 부행장의 설명이다.
농협은행도 차세대시스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실행 방식에 있어서는 과거와 같은 빅뱅 방식과는 분명이 결이 다른 접근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IT업계의 입장에서보면, 이같은 빅뱅 방식의 후퇴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사업자와 수많은 협력업체가 수직적으로 연결되고, 하청에 재하청의 관행을 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별로 계약이 별도로 이뤄지는 방식이 IT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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