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양사의 과열 경쟁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30일 LG화학(대표 신학철)은 29일(현지시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자사 인력 유출을 통해 2차전지 핵심기술 등이 SK이노베이션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 경력직원을 채용해오고 있다”며 “필요한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LG화학이 미국에서 제기한 이슈에 대해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 ‘국익 훼손 우려’ 등의 관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양사는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격돌하는 경쟁 상대다. LG화학은 관련 시장에서 품질과 안정성을 갖춘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 24일 LG화학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가격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상황이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받고 있다”며 “단순 저가 공세가 아닌 제품 성능과 유연성, 안정성 등을 내세워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저가 공세에 대한 언급은 SK이노베이션을 겨냥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LG화학은 올해 3조1000억원을 전지에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배터리 사업 매출이 2019년 10조원을 시작으로 매년 5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면서, 투자 규모 역시 늘릴 것으로 예고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 못지않은 공격적인 투자로 선두주자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저가 수주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태다.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콜은 통해 “자사의 수주전략은 기술과 원가경쟁력에 기반해 수주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인력 관련 신경전으로 불거졌고, 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LG화학은 지난 2017년 10월과 이달에 SK이노베이션에 공문을 보내,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응하지 않자, 소송 제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올해 초 LG화학은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 격차 등 고려해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타입에서 양사가 유사하다”며 “사업을 뒤늦게 시작한 SK이노베이션에서 인력이나 기술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SK이노베이션에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했다”면서 “LG화학 입장에서는 내부 직원 단속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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