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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인가, 묘수인가…풀러스 '0원카풀' 도입 후폭풍


[디지털데일리] 풀러스 ‘0원카풀’ 도입이 이용자 중 라이더(승객)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전 대비 호출 콜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호출 대다수가 0원카풀이다. 한 일행이 여러 개의 스마트폰으로 동일 여정을 띄우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카풀 매칭이 안 되더라도 어차피 손해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운전자(드라이버) 유출도 감지된다. 최소한 차량유지비 정도의 수익도 없다면 카풀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우선 0원카풀을 잡은 후 메시지로 라이더와 적정요금을 협상하는 일종의 편법도 포착된다. 곧 출시될 ‘어디고’ 등 다른 카풀 서비스로 가겠다는 드라이버도 있다. 수요공급에 따라 전반적인 카풀 주도권이 라이더에게서 드라이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카풀 서비스 업체 풀러스(대표 서영우)는 무상카풀 ‘풀러스제로’ 시스템을 지난 4일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했다. 연결비, 여정비 없이 0원으로 카풀을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라이더가 0~5만원 사이에서 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당분간 기존 유상 카풀 서비스 옵션은 운영하지 않는다.

풀러스제로 도입 배경으로 풀러스 측은 “드라이버 대상 설문조사에서 27.3% 이용자가 카풀 활동 목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를 이유로 밝힌 것에 힘입어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최근 택시업계의 풀러스 고발에 따른 대응 조치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택시4단체는 풀러스 서영우 대표와 이용자 24명을 불법유상운송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 여객운수법 상 ‘출퇴근 시 자가용을 함께 타는 경우’에 해당하는 유상 카풀은 합법, 출퇴근 경로가 아닌 유상 카풀은 불법이다.

통상 하루 중 카풀 운행 횟수, 드라이버 거주지와 출근지를 종합해 불법 여부를 판별했으나, 풀러스제로를 통한 무상 카풀은 이 법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대가를 받지 않는다면 24시간 내내 몇 번의 카풀을 운행해도 상관없다.

문제는 ‘팁’의 존재다. 상당수 드라이버들은 우선 이동 경로에 맞는 ‘0원 카풀’을 잡은 후, 라이더에게 메시지를 보내 적절한 팁을 협상하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경우 사실상 팁이 요금이 되고, 요금 수준에 따라 다시 불법 카풀이 될 여지가 생긴다.

카풀 이용자 모임 ‘카풀러’ 김길래 대표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출퇴근 경로 안에서 카풀은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별이 났다. 그러므로 금액이 얼마인가를 떠나, 출퇴근이라는 상황에서 운행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본다”며 “100원을 받더라도 출퇴근 경로가 아니면 문제, 택시비에 준하게 팁을 받더라도 경로에 맞다면 괜찮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란은 유상 카풀을 허용한 여객운수법 예외조항에 적정 요금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류비를 라이더가 부담하는 선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전기차부터 대형 고급 세단까지 차종에 따라 유류비와 차량 감가상각비가 모두 다르므로 적정선을 잡기 어렵다. 현재는 같은 거리 운행 시 예상 택시비가 카풀요금 상한선으로 작동하는 실정이다. 풀러스 앱에서도 경로를 입력하면 예상 택시비를 표시해 팁 입력에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풀러스제로 시스템 도입이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으므로, 드라이버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라이더 역시 잡히지 않는 0원카풀 호출 보다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적정 가격의 팁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길래 대표는 “(봉사 목적의)좋은 취지로 운행하는 드라이버가 있기 때문에, 무상 카풀 시스템이 생긴 것 자체는 좋게 본다”며 “실용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업체에서 지는 것이고, 풀러스 외 다른 카풀 서비스도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드라이버는 어디고 등으로 이동할 것. 요금 밸런스가 잡힐 때 까지 1~2개월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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