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달말 5세대(5G) 이동전화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이 5G 요금제 출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SK텔레콤의 5G 요금인가 신청을 반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 5G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열고 SK텔레콤의 5G 요금제에 대해 검토했다.
검토결과는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5일 인가신청을 반려하기로 했다. 자문위원회의 권고이지만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과기정통부의 요금정책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의 요금 인가신청 반려는 매우 이례적이다. 사전에 사업자와 정부가 협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반려결정이 날 수가 없는 구조다. 이번 반려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말기 출시, 네트워크 구축, 급박한 상용화 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의 반려 결정에 SK텔레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현재 5G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구축된 것도 아닌데다 단말기도 초고가 1~2개 제품밖에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5G는 VR, 4K 등 대용량 콘텐츠 이용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중소량 이용자의 경우 오히려 LTE가 더 유리할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초기 시장상황을 감안해 대용량 구간을 중심으로 요금제를 운영한 후 차츰 중저가 요금제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유영상 SK텔레콤 이동전화(MNO)사업부장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19에서 “5G 요금제는 이용패턴에 따라 설계를 해야 해 4G 이동통신처럼 직관적으로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고용량 데이터 사용자 요금제가 먼저 나온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요금제는 일단 한 번 나오게 되면 뒤로 돌리기 어렵다. 단말기, 네트워크 구축, 이용할만한 콘텐츠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한 요금제 결정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LTE로 충분하다”며 “단말기 보급, 망구축 등 일정 등을 감안하면 초기 이용자들은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를 많이 쓰고 VR이나 고화질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요금제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중소량 이용자도 수용할 계획인데 처음부터 모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처럼 요금인가가 반려되면서 신고만 하는 KT나 LG유플러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KT,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인가여부에 맞춰 요금수준을 결정해왔다. 신고만 하는 사업자이지만 사실상 정부와 요금수준을 협의해 왔다. 이통사들의 요금제들이 비슷비슷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 중소량 구간의 부재로 퇴짜를 맞은 만큼 KT와 LG유플러스의 요금수립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게 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지정한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현재 SK텔레콤이 신청한 요금제는 다수의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