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력 게임업체들이 나섰으면’ 인수 시나리오 현실화 조짐 - 카카오 이어 넷마블 거론돼…여타 기업들은 “관심 없다” 선 그어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올해 초 넥슨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 게임업계에선 ‘국내 업계가 십시일반 보태서 넥슨을 인수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중국 텐센트에 넥슨이 팔리면 그동안 공들여 키운 유명 지식재산(IP)이 넘어가고 기술은 물론 인력 유출까지 상당한 후폭풍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넥슨의 핵심 자산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수준을 기록 중인 ‘던전앤파이터’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하고 있다. 텐센트는 당연히 던전앤파이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텐센트 정도면 네오플을 인수한 뒤 전체 인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얼마 전 대만 현지를 방문해 업계 관계자에 들은 바로는, 몇 년전 중국 게임업계가 대만 핵심 게임 인력을 상당수 채용했다. 현지 업체 대표는 “최소 연봉 2배를 주고 인력들을 데려갔다가 노하우를 흡수한 뒤 지금은 인력들을 내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국내도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미 반도체 등 여타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텐센트 역시 국내 인력들을 데려갔다가 노하우를 흡수한 뒤 내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넥슨이 공중분해되는 것은 물론 인력과 기술 유출까지 일어나는 것은 넥슨 매각 시나리오 중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넥슨 지주자 엔엑스씨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김 대표도 업계가 우려하는 매각 시나리오를 최대한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내달 중 예정된 예비입찰에서 결정되겠지만, 국내 업계가 주도하는 컨소시움이 인수 주체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가 카카오와 넷마블이다. 카카오는 물론 넷마블도 컨소시움을 꾸려야 할 정도로 넥슨의 덩치가 크다.
국내 업계가 주도한다지만 텐센트가 포함돼 있다. 넷마블은 3대 주주인 텐센트와 컨소시움을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넥슨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컨소시움 내에서 인수 방안을 두고 어떻게 교통 정리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텐센트는 넷마블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넷마블 측은 “아는 바가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카카오는 연결 기준 현금동원력이 1조원을 넘기는 수준이라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선 컨소시움 참여가 필연적이다. 다만 덩치가 클 대로 큰 네오플을 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어보다는 여타 온라인·모바일게임을 인수하는 등 다수 IP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실리를 챙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두 업체 외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등 넥슨 인수에 눈길을 줄만한 주요 업체들은 “관심 없다”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
업계에 알려진 넥슨 인수후보 예비입찰일은 다음달 21일이다. 이 기간 동안 인수 주체들 간의 주판알 튕기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