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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게임업계 “52시간 기준근로 규정 보완해야”…요구 분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을 우선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저녁이 있는 삶’을 근로자에게 주자는 이번 정책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지만 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못한 일괄적인 ‘규제’라는 지적도 서서히 일부 산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1월 1일부터 근로시간 위반 기업 대표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면서 ICT산업계에선 입법 보완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ICT 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입법과정에서 선택적 근로에 대한 예외 규정 도입과 정산기간의 연장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 날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SW산업은 공수사전 추정이 어려운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과도한 노동규제는 일자리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ICT 분야에는 선택근로에 대한 예외규정 및 예외업종 적용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근무시간을 단축해서 가정에 충실하고 여가도 즐기는 것이 저녁이 있는 삶의 취지인데 많은 직장에서 왜곡되고 있다. 52시간을 넘게 근무하면 업주가 처벌을 받기 때문에 직원이 출장을 가서 다른데서 일한다는 얘기도 있다. ICT업무가 딱딱 끊어지지 않고 연결성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ICT분야 52시간 근무가 정답이냐는 문제 제기는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IT서비스산업은 수주형 산업으로 발주자의 요구에 따라 작업이 변화하고 선행 사업이 진행된 후 후행사업이 진행되는 구조다. 특히 예측할 수 없는 업무 발생 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선택적 근로의 유연성을 담보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밝혔다.

채 전무는 “탄력적 근무는 생산량 예측이 가능한 경우에 맞는데 수주형 산업은 근로자 자율적으로 사업시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탄력적 근무와는 사상이 다르다. 선택적 근로에 대해 전체 52시간 근무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업무시간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려달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병도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은 “52시간 근무와 관련해서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인정, 이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설정돼야 할 것”이라며 “게임업계에는 신규게임 출시 시, 관련 팀이 수개월을 집중적으로 일하는 ‘크런치모드’ 근무형태가 필수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게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규모 콘텐츠 관리가 필요하며 개별 국가 업데이트 시 각 나라마다 시차가 존재하므로 24시간 대응이 진행되는 상황도 있다”고 밝혔다.

김영한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근로시간은 업계마다 대응방안이 다르고 수용하는 자세도 다르다. 전통적인 제조사는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업무 특성에 새로운 법에 적응을 전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법이 만들어졌을 때 굴뚝산업을 중심으로 했다. 시간이 지나 이 법에 대해 특수 업종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선택적 근로시간이 ICT업종에 맞긴 하는데 정산기간 한 달이 짧다는 것에 동의하고 입법에 기간 연장이 필요해 보인다. 선택적 근로도 현실에서 활용해보지 않았던 제도다. 넓은 단위에서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의 재량에 맡겨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곽병진 과기부 소프트웨어산업과 과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의 운영기간 확대는 법령 사항이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고용부의 입장이다. 그동안 탄력적 근로시간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었는데 ICT업계에선 선택적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선 과기부 내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규직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게임의 특성에 따른 애로사항이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다. 게임은 24시간 제공돼야 하고 해킹이나 서버 다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게임 출시를 위해선 3-6개월간의 집중 근로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게임업무는 단순 노동이라기보다는 창작의 영역이다. 주52시간 근로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런 이유로 애로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52시간 근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선택적 근로와 관련해 여러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52시간 근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안 마련이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과방위 간사)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과 삶에 대한 밸런스를 맞춰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가 윈-윈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제도가 너무 획일적으로 들어오면서 52시간이 회사와 근로자에게 모두 해가 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SW산업은 개발기간 동안 후반에는 밤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업무 특성을 갖고 있다. 업무 특성을 세세하게 고려하고 업체와 개발자의 의견을 반영해 세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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