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에서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빅데이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 기업은 데이터 전략이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에 완료했던 데이터 활용 프레임워크 단계를 한국은 이제야 진행하고 있다.”
8일 김옥기 엔코아 데이터서비스 센터장<사진>은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디지털데일리> 주최 ‘[2019 데이터경제]데이터 기반 엔터프라이즈 혁신 전략 컨퍼런스’에서 데이터경제 장애요소를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의 데이터 활용 프레임 워크와 발전단계는 총 5단계로 구성된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1단계, 생산성과 비전을 시도하고 초기 프로세스 자동화 시기를 겪는 2단계, 각 영역별 채널의 효율성을 꾀하는 3단계가 있다.
3단계의 경우, 좀 더 협력적인 전략을 생각하지만 여전히 사일로(장벽)이 존재하고 정보공유와 기술도 제한돼 있다. 여기서 4단계로 나아가면 전사 내부 통합을 비전으로 내걸고 각 영역별 연결된 비즈니스로 이해하고 집중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 전사 수준에서 비용과 가치의 최적화 과정도 꾀한다. 3단계에서 4단계로 진화하는 과정에 한국이 있다는 것이다.
5단계는 전사 내부 통합뿐 아니라 연결된 가치를 부여하고 인식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가치를 알고, 목표 연합적 협력을 추구한다. 프로세스도 초기부터 끝까지 최적화돼 있고, 기업을 넘어 정보를 공유하고 외부 데이터를 활용한다. 미국은 2000년대 초 3단계에서 4단계로 발전한 후 현재 5단계로 가는 과정에 있다.
미국과 한국 간 데이터 전략 및 활용 격차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IT 위주의 구축사업에서 벗어나 IT와 비즈니스가 융합돼야 하고, 빅데이터 활용 기반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통한 전략적 종합 데이터 관리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김 센터장은 “데이터 전략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이제야 시범사업을 하지만 미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며 “메타데이터를 관리해 정보가 어디에 있고 담당자는 누구인지 등 데이터 가시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이 작업이 된 기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내 데이터 과학 역량이 빨리 생기지 않는다”며 “이미 1960대 이전부터 데이터 과학이 시작됐으며, 현재 미국은 보안과 개인정보 및 윤리를 이해하면서 데이터 콘셉트를 작업하는 등 데이터 분석 역량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센터장은 빅데이터 선행 없이 AI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로 가기 위한 선행 기술은 빅데이터, 애널리틱스, 클라우드 등이 꼽힌다. 클라우드 기반을 마련해 빅데이터를 완성하고, 이후에 AI로 발전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고객관계관리(CRM)의 발전 사례를 보면, 2000년대 초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가 나온 후 2007년 클라우드 기반 CRM이 출시됐으며 2010년 소셜 CRM이 등장하고 2015년 AI 고객서비스가 나타났다”며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선행 기술 없이 다음 기술들을 접목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빅데이터에 문제가 생기니 데이터 과학 영역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데이터 시대라고 말하면서 정보를 부산물로만 생각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며 “조직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실제적으로 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