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5G 상용화 후 다양한 신규 서비스 출현이 예상되는 가운데, 망중립성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이나 원격의료와 같은 서비스는 전송품질을 민감하게 보장해야 하는 만큼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관리형서비스로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망중립성 완화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30일 통신사·인터넷기업, 학계·연구기관·전문가, 소비자·시민단체 등과 ‘5G 통신정책협의회 제1소위’를 열고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및 관리형 서비스’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의 경우,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인터넷TV(IPTV)와 인터넷전화(VoIP)를 예외로 관리형서비스로 인정하고 있다. 일반 인터넷과 다른 트래픽 관리 기술 등을 통해 전송품질을 보장하고, 일반 인터넷 품질을 적정 수준 이하로 저하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는 별다른 제한 없이 관리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단, 최종 이용자의 인터넷 서비스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제시돼 있다. 유럽연합(EU)은 IPTV, VoIP뿐 아니라 원격수술까지 관리형 서비스로 규정돼 있다. 일반 인터넷의 전반적 품질손상 방지, 충분한 네트워크 용량 확보, 일반 인터넷과의 망분리, 망중립성 회피 목적 금지가 전제돼야 한다.
5G 시대에서 핵심 기술 중 하나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1차회의 때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관리형 서비스 활용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쉽게 말하자면, 네트워크를 쪼갠다는 의미다. 물리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상 네트워크로 나누고, 각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 등에서 5G 시대 핵심기술로 선정했으며 빠르면 내년 6월, 늦어도 하반기를 목표로 상세기능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5G 시대에서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사물인터넷, 스마트공장, 초고화질 대용량 콘텐츠 등 각각의 서비스에 맞춤화된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망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서로 다른 서비스 내 모든 트래픽의 경중을 따질 수 없기 때문에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PTV와 VoIP처럼 이들 서비스가 관리형 서비스로 구분돼 망중립성 원칙의 예외항목으로 정의돼야 한다는 이유다. 특히, 자율주행과 원격의료는 생명과 직결하는 만큼 긴급상황에서 망중립성 완화를 통해 트래픽 제어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아진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망 용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특화서비스 대역을 인정하다보면 인터넷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타트업은 높은 비용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반면 통신사가 자회사와 제휴사에 지배력을 전이하거나 불공정경쟁을 벌일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망중립성이 완화된다면 각 서비스 영역에 대한 네트워크망을 사용하려 할 때 대가 산정 과정에서 자본논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
김정렬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통신사는 물론 자율주행·원격의료 등 신규서비스에 대해 관리형 서비스로 폭 넓게 인정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구글코리아, 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넷기업들은 기조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었는데 이날 회의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구체적 특성이 확인되고, 이를 검증하면서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와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향후에는 제로레이팅 정책 방향과 통신사 5G 네트워크 운영 등에 대해 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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