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미국 전역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망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이 폐지됐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는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망중립성 정책 폐기 표결에서 아짓파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찬성, 3대2로 폐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약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인터넷 서비스에 망중립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 이로써 특정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차단·지연금지를 골자로 2015년 7월 버락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망중립성 원칙은 사라지게 됐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사(Internet Service Provider, ISP)가 콘텐츠 사업자나 이용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단해보이지만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산업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다.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등 망제공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가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지나치게 트래픽 발생량이 많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추가 대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된 만큼,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간 관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세계 인터넷 콘텐츠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미국 시장임을 감안할 때 망중립성의 폐기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행정부의 분석이다. 세계 인터넷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지만 망중립성 폐기 정책을 FTA 협상처럼 다른 국가에 권유하거나 적용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구글, 넷플릭스 등 자국 인터넷 사업자들이 해외에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망중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통신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상에 더 많은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나 전체 산업 측면에서 이득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찌됐든 현 행정부 체제하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약화될 가능성은 낮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의 경우 글로벌 트랜드가 아니고 정부 교체에 따라 새롭게 변화되는 시도"라며 "우리나라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