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20세기에 나온 국내 PC패키지게임 걸작 중엔 ‘창세기전’ 시리즈가 있다. 1995년 첫 편이 나왔고 이후 정식 시리즈에 외전까지 다수의 작품이 출시되면서 굳건한 팬덤을 형성했다.
이 창세기전이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1세기에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5일 출시된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이다.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한다. 엔드림과 조이시티가 공동 개발했다. 국내 전략게임 개발 통으로 알려진 김태곤 엔드림 상무가 제작 총괄했다. 전략과 역할수행게임이 조합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창세기전은 물론 팬덤이 탄탄하게 구축된 유명 지식재산(IP)을 재활용하는 것은 개발사나 퍼블리셔 입장에서 부담이 따른다. IP를 재활용한 콘텐츠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창세기전은 소프트맥스가 지난 2016년 온라인게임으로 4번째 정식 후속작을 내놨다가 출시 1년여 만에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다. 재미와 콘텐츠 완성도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까닭이다.
창세기전 모바일게임도 출시되자마자 IP를 재활용한 게임들이 겪는 통과의례를 치르는 모양새다.
앱마켓이나 커뮤니티의 일부 이용자들은 2D그래픽 기반의 옛 게임을 3D로 만들다보니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을 토로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게임을 만들다보니 눈에 보이는 그래픽이 기존 IP와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 창세기전 원작을 좋게 기억하는 이용자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개발사 입장에선 모험을 한 것이다. 옛 IP에 치중한 한국형 게임을 만들 것인가 세계 시장에 나갈 새로운 창세기전을 만들 것이냐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창세기전 IP를 떼고 콘텐츠 자체만 본다면 엔드림과 카카오게임즈는 완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영웅의 상성이 또렷하고 전투를 통해 캐릭터의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반응들이 좋다”고 전했다.
게임 제작을 총괄한 엔드림의 김태곤 상무는 지난 16일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 기자간담회를 통해 “양산형 게임이 아니다”라며 강조한 바 있다. IP를 재활용해 익숙하게 접근하게 만들면서도 차별화를 했다는 것이다.
엔드림이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부분 중 하나는 ‘커스텀 모드’가 있다. 이용자들이 창세기전 스토리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기능을 적용했다. 직접 캐릭터를 배치하고 대사를 입력할 수 있게 했다.
창세기전은 엔드림과 카카오게임즈 두 회사의 역량을 검증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엔드림은 모바일 전략 장르에서 성과를 낼 것인지,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싱 성공작을 확보할지에 기대가 모인다. 두 회사 모두 올 하반기 대작으로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을 내세웠다.
카카오게임즈는 출시 후 첫 주말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반응이 올라올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용자가 몰리더라도 매출 반응은 다소 늦을 수 있다. 전략게임 특성상 이용자가 돈을 쓰면 이기기 쉽게 만드는 페이투윈(Pay to win) 설계 유혹에 빠질 수 있으나 김태곤 상무는 (전략에 따라 낮은 성능의 영웅들이) 높은 성능의 영웅들을 뛰어넘는 경우가 일상적으로 일어나 여타 게임에 비해 다양성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페이투윈 게임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