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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T 같은 기업도 있어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09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KT 직원들로부터 적지 않은 메일을 받았다. 무선 자회사 KTF와 합병을 마친 통합 KT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소문은 소문에 그치지 않았다. 주로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은 KT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한 가장은 졸지에 직장을 잃었다. 하소연부터 도와달라는 메일, 그리고 젊은 날 KT에 바친 청춘의 억울함까지.

그렇게 그해 6000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 2014년에도 8300여명이 감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통신, 국민기업으로 국민 기억속에 자리잡은 KT의 아픈 기억이다.

지난 10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황창규 KT 회장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

"빈사상태에 있는 KT에 (정권이) 고용을 더 늘리라고 하니 KT가 따라가는 것 아니냐. 일반적으로 주인이 있는 기업이라면 그렇게 하겠냐."

윤 의원은 KT의 높은 인건비 비중을 문제 삼았다. 경쟁사에 비해 많은 고용을 이어가고 있는 KT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주인이 없으니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곁들여졌다.

KT의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13.7%로 SK텔레콤(6%)과 LG유플러스(6.7%)의 2배를 웃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이유는 단순하다.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무려 2만3000여명이다.

SK텔레콤 직원은 4500여명이다. SK브로드밴드 1600여명을 합쳐도 6000명이 좀 넘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는 8700여명이다.

경쟁사에 비해 3~4배 수준이다. KT는 매년 채용인력도 타사에 비해 월등히 높고 정규직 전환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만3000여명 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는 116명에 불과하다.

어려우면 직원을 자르는 것이 능사일까. 그러한 행위를 독려하는 것이 지경부 차관, 산업부 장관 출신 국회의원이 해야 할 말일까. 정권에 대한 견제, 여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은 야당의 역할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KT를 엮은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 그리고 KT는 빈사상태가 아니다.

KT는 전주, 광케이블 등 필수설비를 운영하고 돈 안되는 공중전화나 도서지역에 대한 통신 서비스, 농어촌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등도 선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수익성, 효율만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연봉은 SK텔레콤에 비해 적지만 KT처럼 고용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도 있어야 한다. KT가 스스로 국민기업이라고 자부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되고, 태생이 공기업이어서만은 아니다. 욕을 많이 먹는 통신사들이지만 그래도 ‘희생’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통신사는 KT가 아닐까 싶다.

높은 인건비는 여전히 KT의 숙제다. 하지만 아픈 기억을 반복하고 싶어 하는 CEO는 없다.

시간 없어 대답을 듣지 않으려던 윤 의원에게 황 회장은 기어이 한마디를 하고야 말았다.

“새로운 사업해서 고용을 안정적으로 더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황 회장이 어떻게든 말하고 싶어 했던 이말. 앞으로 KT에 수천명의 구조조정이라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고 오히려 과거 3만명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직원수가 다시 늘어날 만큼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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