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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적기능에 함몰된 전문성, 금결원의 수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청약 업무의 주관기관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변경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청약 업무의 공적 측면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 청약 시스템 운영 기관을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으로 변경하고 청약 시스템 관리와 함께, 불법 당첨자 관리, 부적격 당첨자 검증, 주택 통계 시스템과의 연계 등 공적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적관리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금융결제원측은 20여년 간 아무런 이상 없이 운영되던 주택청약업무를 갑자기 이관하기로 한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힘의 논리에 의해 비영리기관인 금융결제원에서 공공기관이 한국감정원으로 업무가 이관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그동안 금융결제원의 업무 중 일부가 외부로 이관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울외국환중개가 결제원의 일부 부서가 독립해 자회사로 설립됐으며 2015년 출범한 금융보안원은 기존의 금융보안연구원과 금융결제원의 금융ISAC, 그리고 코스콤의 증권ISAC 부문이 통합돼 만들어졌다.

다만 서울외국환중개와 금융보안원과는 달리 주택청약 업무의 경우 특정 업무를 마치 핀셋으로 꼭 짚어서 가는 상황으로 “힘의 논리로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게 금융결제원의 주장이다.

금융결제원 20여년 가까이 IT 시스템을 문제없이 운영했다는 것은 자원분배와 효율성이 적절했기 때문인데 주택청약의 공공성을 이유로 특정 기관의 업무를 다시 가져가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비용 효율성도 고려되지 않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 사회적 비용 지불은 고려하지 않고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금결원의 한 관계자는 “비효율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무리 없이 진행돼왔던 것을 빼앗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주택청약시스템의 경우 필연적으로 금융기관과 연동이 진행된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청약업무 이관 이유로 내세운 ▲불법 당첨자 관리 ▲부적격 당첨자 검증 ▲주택통계 시스템과의 연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연계는 핵심인 주택청약시스템이 굳건히 버티고 있으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오히려 이미 안정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금결원을 놔두고 새로운 시스템을 별도의 예산을 투입해 다시 구축하게 된다면 구축 과정에 또 다른 리스크를 불러 올 수 있다.

또, 공적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 지금처럼 시스템 운영을 분리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선택일수도 있다. 최근 사례를 살펴봐도 특정 기관 하나에 권한이 집중되다 보면 오히려 공적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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