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백지위임 vs 환경변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쟁점은?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9-21 09:06:29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은산분리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하나의 담론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기업, 시장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은행에 대한 재벌의 사금고화를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번 법안이 통과됐지만 방지대책이 시행령에 담겼다는 점은 한계를 노출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표결에 앞서 진행된 국회의원 6인의 토론은 이번 법안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이 날 진행된 토론을 요약 정리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의 사금고 방지와 핀테크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범위안에서 ICT기업에 (인터넷전문은행 허가를)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보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대기업의 은행지분 확보 제한에 대해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중요한 요건을 시행령에 백지 위임했다. 시행령으로 재벌은 대주주가 안되게 했다고 하지만 시행령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특경가법을 포함하고 대주주에 대한 규제는 은행법보다 강화됐다고 하지만 허상이다. 은행에 대해 총수가 출자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 지배하는 기업이 출자한다. 규제 대상이 회사가 아닌 총수 개인이므로 특경가법을 포함시킨 것은 무의미하다. 특수관계인 논의도 있었지만 빠졌다. 결국 이 법이 열어주는 것은 회사돈을 횡령한 총수가 있는 은행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인터넷전문은행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개혁과 금융개혁의 산물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반대하며 지킬 수 있었던 원칙을 훼손하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지난 정부의 불통을 떠올리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는 말뿐이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문서 한 장 제출하지 못했다. 규제당국으로서 이 법안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 안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모두 은행법으로 인가된 은행이다. 은산분리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혁신을 인터넷은행의 필요 이유로 말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을 유일한 혁신의 수단으로 맹신한다면 그 출입문을 잘못 열었다. 은행 시장을 과점시장으로 만든 것은 정부의 인위적인 산물이다. 소유규제를 풀고 상출제 기업집단을 법안 본문에 넣지도 못했다, 재벌의 사금고화 가능성은 0%라고 하는데 벽을 만들어 놓고 벽이 없다 상상해달라는 것과 다름없다.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
1983년 은산분리 규제가 시작된 당시는 고도성장기였다. 대기업은 만성적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은행을 사금고할 개연성이 높았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법을 만든 것이다.
35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변화했다. 국내 글로벌 대기업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대기업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고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우리나라 유수의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 보다 더 싸게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정당성이 없다. 증시 상장된 은행들이 시가총액이 KB금융 21조, 신한금융이 20조정도 된다. 즉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수조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선 대주주적격성 자격심사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룹 전체가 금융당국의 조사를 수시로 받게 된다. (대기업이) 규제산업의 하나인 은행업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된다는 주장은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쫒은 것과 같다고 본다. 상출기업집단 배제는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다. 이는 관치금융이다. 이 법이 규제완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원한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
이번 법안 통과는 서민의 삶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중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허용하는 것인데 가계대출이 심화될 것이다. 부동산 투기문제도 안 좋은 쪽으로 발달할 것이다.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인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 안 좋은 영향이 예상된다. 예전에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을 대규모로 끌어모아 그것을 부동산 투기 시장으로 몰았는데 결국 30조원의 손실은 국민이 책임져야 했다.
은행 규제완화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취약한 금융시장을 더 취약하게 할 것이다. 과거 저축은행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함으로서 많은 부수적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은산분리라는 둑을 허물어버릴 수 있다. 이 법이 서민의 편리성을 높일 것이라고 하는데 그 편리성을 넘어서는 불이익이 서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법안 통과는 재벌이나 금융자본, 부동산 부유층에 큰 혜택을 줄 것이다. 이 법은 결코 서민을 위한 법안이 아니다. 이 규제완화법안은 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특례법은 내용을 뒤로 하고라도 형식적인 면에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은행특례법은 본문 5조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자격을 5개항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 반영 부대의견 2항은 이러한 본문이 정하는 모법, 상위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헌법상 범위위반 가능성이 있다. 특정한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하는데 시행령에 백지위임했다. 후진국형 입법사례다. 오늘 법사위에선 이 점을 간과했다. 모순된 법을 통과시켜선 안된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은 결단이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루 우리나라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집중했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담보가 없으면 은행돈을 빌려 쓸 수 없다. 국내 은행시장은 4대 은행이 다수를 차지하는 과점시장이다. 이 상황에서 어떤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개시됐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서비스가 창출되어야 한다. ICT기업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제도가 혁신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특례법 제정을 계기로 은행의 삼성전자, 세계 금융시장의 골드먼삭스 탄생을 위해 이번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