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이슈가 여전히 뜨겁다. 파격적인 요금인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부터 인위적이고 단기적 성과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지난 1년간의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 2012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 애칭으로 알뜰폰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알뜰폰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취지가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 이미지에 부합하고 용어 사용의 간편함, 이용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그렇게 등장한 알뜰폰은 올해 5월말 기준으로 779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점유율 15%, 1000만 가입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뜰폰 태동 당시 이미 이동전화 가입률이 100%를 넘었다는 점에서 알뜰폰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점유율 10% 돌파는 사업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컸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번번이 실패하는 가운데 이동통신 시장의 고착화된 경쟁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알뜰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점유율 10% 달성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새로운 명칭과 BI(Brand Identity)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쑥쑥 성장하던 브랜드를 버리려는 알뜰폰 업계의 속내는 무엇일까.
알뜰폰은 요금 절감의 의미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수록 저가, 싸구려라는 이미지도 커졌다. 알뜰폰 업계가 이름이라도 바꿔 분위기를 반전시켜보겠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실제 과기정통부 출범 이후 알뜰폰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알뜰폰은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지난해에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이통3사에 가입자를 내주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도 사정은 좋지 않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저소득층 및 노인층 추가 요금감면 등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직접적 요금인하 정책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제출되면서 알뜰폰 업계에는 퇴출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들의 중저가 요금제가 알뜰폰 수준으로 내려오게 된다. 브랜드, 고객업무 등에서 열위에 놓인 알뜰폰으로서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특례제도 도입 등을 통해 해당 구간에서 알뜰폰 경쟁력을 확보하게 해준다는 계획이지만 보편요금제 효과는 전 구간에 걸쳐 일어난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알뜰폰 업계의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뜰폰 업계의 지향점은 점유율 확대보다는 내실강화에 맞춰지고 있다. 음성 전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LTE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해 말 도매대가 협상은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TE 고가 요금제 진입은 원천 차단됐고 데이터다량구매제도 도입 등도 무산됐다. 올해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극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출입기자 간담회서 “알뜰폰이라는 이름이 나빠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동전화를 알뜰하게 쓰겠다는 사람을 위해 생겼는데 여러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전체적인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이통3사의 직접적인 요금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간 어렵게 키워놓은 알뜰폰이라는 경쟁정책의 싹을 정부 스스로 꺾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