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이슈가 여전히 뜨겁다. 파격적인 요금인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부터 인위적이고 단기적 성과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지난 1년간의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기본료 1000원 일괄 인하를 놓고 이동통신 3사와 힘겨루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방통위는 물가 급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만큼, 통신사들도 국민 가계부담 완화 차원에서 통신사들도 힘을 보탤 것을 주문했다.
논란은 수개월 동안 진행됐고 결국, 이통3사는 기본료 1000원을 인하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1000원 인하는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도 되지 않았고 이통사들은 기본료가 일괄적으로 깎이며 매출, 이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정책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기본료 폐지 논쟁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졌었다. 특히 지난해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논란이 본격화됐다.
정작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기본료 폐지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2011년 기본료 1000원 폐지를 놓고도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 사업자의 요금을 일괄적으로 1만1000원 내리는 것은 대선공약이었어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본료 폐지 이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계통신비 정책의 목표는 기본료 1만1000원 수준의 인하에 맞춰져 진행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확대를 비롯해 저소득층 및 노인 요금감면 확대에 이어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기본료 1만1000원 인하에 상응하는 통신비 감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저소득층 추가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추진 등의 정책이 진행되면서 통신시장에서의 사업자간 경쟁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장 수년간 공들여 키워온 알뜰폰은 보편요금제가 나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점유율 10%를 넘기며 급성장한 알뜰폰이다. 이동전화 시장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면서 후속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자급제 확대 논의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신규 전국망 이통사 등장은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와 이동전화 이용 및 경쟁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 보다는 경쟁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의 알뜰폰(MVNO)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처럼 이통3사(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시장인데 이들이 MVNO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전국망 사업자(MNO)와 MVNO간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라쿠텐이 제4이동통신 진출을 선언하며 사업자간 경쟁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는 보편요금제가 통과될 경우 요금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2년마다 요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가 통과되면 기본료 1만1000원 인하 공약은 사실상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료 1만1000원 인하 프레임에 갇혀 경쟁 환경을 만들기 보다는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에 대한 성공사례만 남겼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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