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예진 코트' 언제 시청자 눈길 끌었을까… 코나드는 알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6-05 17:36:00
-코나드 배성호 대표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여자들은 손예진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원피스를 사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남자들은 장동건이 입고 나온 코디에 관심이 없어요. ‘저 배우는 원래 잘생겼으니까 저런 옷이 어울리는 거야’ 하죠. 오히려 친근한 배우의 소위 ‘아재 패션’ 코디에 관심과 구매 전환율이 더 높죠. 저희도 비디오태그 빅데이터를 모으기 전까진 이 사실을 몰랐어요.”(코나드 배성호 대표)
콘텐츠 제작 경로가 다양해져도 여전히 방송 콘텐츠의 파급력은 크다. 콘텐츠 외에도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 가전, 가구들 역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손예진 코트’ ‘정해영 가방’ 등 관련 상품 관련 키워드가 점령한다. 그러나 인기 키워드를 악용한 바이럴(입소문) 광고 포스팅과 제대로 된 정보를 구분하기 어렵다. 협찬사 역시 협찬 효과가 제대로 구매로 이어지는지 파악할 데이터가 없었다.
미디어 스타트업 핑거플러스와 SBS의 합작회사인 코나드(대표 배성호)는 시청자에게 이런 협찬 상품 및 구매 정보를 제공하는 ‘비디오태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영상 클립을 감상할 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재생 중인 화면을 멈추면 인물정보와 패션, 잡화, 가구, 가전 등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조그만 표시가 뜬다. 이를 클릭하면 제품 정보와 구매처로 연결되는 링크가 나온다.
서울 역삼동 코나드 사무실에서 만난 배성호 대표<사진>는 “저희 기술의 최대 장점은,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상품 정보를 알려주면서도, 시청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강제 노출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할 때만 정보로 작용해 효용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재 비디오태그 서비스는 풀버전 영상 대신 약 3분짜리 짧은 클립에만 적용되고 있다. TV ‘본방사수’ 대신 출근길 지하철 등에서 주요 장면 클립만 찾아보는 시청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지난 2016년 ‘DMC미디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이용행태’ 자료에 따르면, 클립 형태로 영상을 소비하는 이용자가 51.3%로 풀 영상 소비(40.3%)를 이미 앞섰다.
비디오태그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적용의 신속성이다. 코나드가 보통 3분짜리 클립 하나에 비디오태그를 입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내외다. 미리 방송사 등으로부터 협찬상품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영상에 입히기만 하면 된다. 저녁 늦은 시간에 방영된 프로그램도 다음날 새벽 4시면 완성된 채로 업로드 된다. 보통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공개 후 이틀 정보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 시간 안에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코나드는 빠른 처리 속도를 위해 ‘컴퓨터비전’ 기술을 활용한다.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태그가 자동으로 출연자가 입고 있는 옷이나 상품을 트래킹한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상품을 인지해 작업에 필요한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배 대표는 “타 업체의 유사한 기술은 같은 작업에 빨라도 7~8시간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등 다른 스트리밍 영상에도 인물을 자동으로 인식해 특수효과를 붙이는 트래킹 기술은 있다. 그러나 배 대표는 “배경이 고정된 영상에 트래킹 기술을 붙이는 것은, 수학으로 따지면 덧셈이나 뺄셈 정도의 난이도”라며 “시시각각 시점과 등장인물이 바뀌는 영상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은 미적분 수준에 해당할 정도로 어렵다”며 비디오태그 기술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어노테이션(annotation) 데이터’도 주요 자산이다. 콘텐츠의 어느 프레임에서 어떤 상품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주석 정보는 방송사도 갖고 있지 않다. 또 어떤 장면에서 구매로 전환되는지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협찬상품은 광고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워 시청률, 연예인 인지도 등에 광고 단가가 좌우됐다. 비디오태그을 통한 전환 데이터를 활용하면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내용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조연 캐스팅, 촬영지 등을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코나드는 비디오태그를 통해 상품 정보뿐만 아니라, 배우, 장소, 배경음악에 이르기까지 ‘보편적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사청자들이 생각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연 배우에 대한 궁금증이 많지만 이 정보를 얻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검색 키워드를 살펴보면 ‘지난 수요일 도깨비에서 공유 따라가던 흰색 옷 배우’ 이런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보통은 이런 키워드를 검색하더라도 원하는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비디오태그 기술을 이용하면 영상 클립에서 바로 배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같은 방식이 영상에 등장하는 장소에도 응용될 수 있다. 조만간 서울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방송을 촬영할 때 지자체에 보내는 협조 공문에 프로그램 이름, 회차 등 정보가 나온다. 이 정보를 서울시에서 미리 받아놓았다가 방송이 나오는 날 위치 정보를 표시한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한류 관광객 등에 부담 없이 관광지 홍보가 가능하다. 이는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코나드는 현재 카카오TV PC버전, 판도라TV, 피키캐스트 등에 비디오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국내에서 공식 영상클립 유통량이 가장 많은 네이버TV에 도입될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한류 콘텐츠 인기가 높은 아시아 시장 공략이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배 대표는 “한국에서 영상클립 콘텐츠 비즈니스는 2년 내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한민국 인구 5000만, 24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는 이상, 콘텐츠 소비가 더 늘어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베트남 1억 인구, 인도네시아 2억5000만 인구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애기가 달라진다”며 “조회 수에 비례해 매출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지역별, 문화별, 라이프스타일별 행동 데이터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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