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사히, 필립스 등 고객에 ‘R&D 아웃소싱’ 제공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나이키는 지난 2012년 실시간 활동량 측정장치 ‘퓨얼밴드’를 출시했다. 손목에 차는 시계 형태로 제작된 퓨얼밴드는 현재시간이나 날씨정보, 산소섭취량과 운동량 등을 컬러 LED 액정으로 표시해주는 제품이다. 퓨얼밴드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초전력배터리였다. 특히 퓨얼밴드는 손목에 차는 형태이다 보니 커브형의 배터리가 필요했다. 이를 구현한 곳이 영국의 캠브리지 컨설턴트다. 나이키는 전통적인 의류, 제화기업에서 디지털 시대의 기술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일본 화장품 기업 SK II는 2006년 ‘에어터치’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에어터치’는 뿌리는 형태의 스프레이식 파운데이션이다. 당시 출시 가격이 약 10만원에 달했음에도 한 달 만에 1000만달러(한화로 약 108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SK II의 기술 파트너로 에어터치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바다 위의 떠 있는 배의 돛을 도색할 때 전류를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온화 기술을 적용했다. 양이온 입자가 음이온 상태의 피부로만 가기 때문에 피부에 고르게 밀착된다.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원하는 기업에게 컨설팅부터 연구개발(R&D)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흔치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맥킨지나 액센추어가 기업 경영 측면에서 컨설팅을 해준다면,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실제 기업이 혁신을 가능하도록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업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구현해주는 ‘기술 파트너’인 셈이다. 이때 개발한 지적재산권(IP)은 모두 해당 기업이 소유한다.
30일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 출시를 본격화했다. 이 회사 리차드 트러헌 최고영업책임자(CCO)<사진>는 “이미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기업과 일하고 있다”며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상업적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60년 설립된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영국 캠브리지에 본사를 둔 업체다. 창업자들이 캠브리지 대학 출신이다. 현재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올랜도, 보스턴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는 싱가포르와 일본 도쿄에 지사를 두고 있다. 850여명의 직원 가운데 90%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과학자 등 연구개발(R&D) 관련 인력이다. 매년 400여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중 70%는 기존 고객과의 협업이다.
의학기술, 소비재, 디지털 헬스, 에너지, 무선통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기술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IoT 및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스마트에코시스템 ▲자동화 및 AI·머신서닝, ▲개인화&온디맨드 ▲서비스화 및 디지털 서비스 등 5가지 영역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이키나 SK II 이외에도 모토롤라, 노키아, 보쉬 등이 캠브리지 컨설턴트의 고객이다. 필립스는 30년 이상된 장기 고객으로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에 관여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 아사히 등을 비롯해 아시아에서도 10곳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삼성이나 LG와도 함께 일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힘들지만 삼성과도 기술전략, 의료기기 관련 부분에서 협업했다.
트러헌 CCO는 “대부분 프로젝트의 80~90%는 굉장히 오랫동안 기밀로 유지한다”며 “보통 기업들은 파괴적인 전문가 역량이 필요하거나 완전히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때 우리를 필요로 하며, 함께 개발한 기술이나 지식을 고객사에 모두 준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편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독자적인 AI 연구시설인 ‘디지털 그린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디지털 그린하우스에서 개발한 4가지 시제품도 소개됐다. AI 소믈리에 ‘빈퓨전(Vinfusion)’이 대표적이다. 시음자가 바디감(풍미)과 강도(묵직함), 당도 등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와인을 섞어(블렌딩)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묵직하고 달지 않은’ 와인을 즉석에서 제조해 따라준다. 이렇게 와인을 마시고 기계가 붙어있는 카메라로 얼굴 표정을 감지해 만족도 등을 표시해준다(나이도 추측한다).
마침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내달 4일부터 빈퓨전을 활용해 와인 체험행사를 열 예정이다. 간담회 준비과정에서 호텔 측이 빈퓨전을 접하고 한달 간 임대해 사용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태블릿에 간단한 스케치를 그리면 반 고흐, 폴 세잔과 같은 예술작품처럼 바꿔주는 ‘빈센트’, 피부색 및 상태 변화를 감지해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 주는 ‘스킨투이션’ 등이 전시돼 이목을 끌었다.
트러헌 CCO는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정의하고, 고객사들이 이를 받아들여 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과거에 불가능했던 것을 오늘 가능케 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싶다(the impossible of yesterday solved today)”고 포부를 밝혔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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