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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파기환송심 평결, 산업계 전체 먹구름…이유는?

- 디자인 일부 침해, 징벌적 손해배상액 산정…혁신 위축 및 지연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불씨가 되살아났다. 지난 5월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3건과 상용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각각 5억3332만달러(약 5728억원)와 533만달러(약 57억원) 총 5억3865만달러(약 5786억원)의 배상금을 책정했다. 배심원 평결은 평결복불복심리(JMOL)을 거쳐 판사의 최종 판결 근거가 된다. 업계 전반이 이 소송 추이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소송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제기한 소송의 파기환송심이다. 2011년 4월 애플은 삼성전자를 특허침해로 고소했다.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가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전자가 ‘카피캣’ 즉 애플의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와 ‘갤럭시S2’,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S’를 겨냥했다.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 직사각형 디자인’이 애플만의 것인지에 대한 전 세계 업계 논쟁을 촉발했다. 소송 당사자는 삼성전자지만 스마트폰 업체 전체가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같은 법원에 같은 달 애플을 맞고소 했다. 삼성전자는 통신기기 제조사면 누구나 사용할 수밖에 없는 표준특허를 무기로 삼았다. 2014년 3월 1심은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침해는 인정,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침해는 불인정했다. 배상금은 9억3000만달러(약 9990억원).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전자에게 물린 배상액도 배상액이지만 애플의 특허침해 자체를 부정해서다. 1심 배심원장 자격 논란도 일었다. 배심원장이 삼성전자 협력사와 소송을 했었다가 진 사연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심원은 이해관계가 있으면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2심은 배상금 산정 근거 중 하나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불인정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우리로 해석하면 상표권이다. 코카콜라의 병 디자인처럼 상품 이미지를 뜻한다. 9억3000만달러 중 5억4800만달러(약 5887억원)만 인정했다. 3억8200만달러(약 4103억원)는 파기환송했다. 2015년 5월의 일이다.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가 산업 위축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은 전 세계로 확전했었다. 2014년 양사 합의로 미국만 남겼지만 지역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대부분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치 않았다. 특히 유럽에선 애플에게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지를 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미국도 이 추세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2017년 12월 3심은 5억4800만달러 중 3억9900만달러(약 4287억원)를 다시 판단하라고 결정했다. 디자인 특허침해 배상액 산정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3심이 디자인 특허 사례를 심리한 것은 미국 사법제도 사상 120년만의 일이었다. 기술변화에 따른 새 기준을 정하자는 것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입장이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애플에 2심이 선고한 5억4800만달러를 지급했다. 2017년 12월 대법원의 판결로 이 중 1억4900만달러(약 1601억원)는 애플의 돈으로 확정됐지만 3억9900만달러는 되돌려 줄 수 있는 돈이 됐다.

파기환송 1심은 2심과 3심이 잘못 결정했다고 본 각각 3억8200만달러와 3억9900만달러 총 7억8100만달러(약 8390억원)를 다시 살폈다. 대다수의 관측은 트레이드 드레스건은 백지화 디자인 특허건은 하향 조정에 무게가 실렸다. 둥근 모서리 사각형의 제품 디자인 특허(D677/D087)와 아이콘 모양 및 배치와 관련한 디자인 특허(D305)가 쟁점.

이번 평결은 2014년 판결과 맥락이 같다. 분위기를 베낀 것이 아니라 일부를 베꼈다고 봤다. 분위기가 전부라는 관점을 일부도 전부라고 전환한 것이 다를 뿐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갤럭시S가 나온 첫 해 2010년 통신부문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이다. ▲갤럭시S2가 나온 2011년 통신부문 영업이익은 8조2700억원이다. 이번 배상액을 포함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총 6억8800만달러(약 7393억원)다. 9억3000만달러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 거의를 토하게 된 것은 같다.

파기환송심은 트레이드 드레스를 파기한 대신 디자인 특허의 보호를 강화했다. 트레이드 드레스 배상액으로 책정했던 액수를 디자인 특허 침해에 반영했다. 둥근 모서리 직사각형 디자인보다 아이콘 모양 및 배치에 무게를 뒀다. 상급심의 지적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한편 애플의 경쟁자에 대한 공격의 고삐는 놓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업계 전반이 당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이번 평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특허의 일부 침해로 전체 제품 판매 수익을 내놔야 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어떤 특허로 트집을 잡힐지 모르게 됐다. 별 모양 휴대폰을 최초로 만들어도 그 안의 아이콘 디자인이 특허를 침해했다면 그 휴대폰을 팔아 번 돈을 특허권자에게 모두 줘야 할 판이다.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애플이 미국 회사가 아니었다면 달라졌을 결론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이번 평결은 대법원 판결에 배치된다. 기업과 소비자를 위해 독창성과 경쟁을 방해하지 않는 결과를 얻기 위한 대책을 검토할 것”이다. 1심 확정 이후 소송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심 진행과정을 감안하면 빨라야 2024년경 결론이 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 및 산업 전반의 운명이 걸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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