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가 대두되고 있다.
RPA는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자동화를 통해 기존 인력의 재배치와 업무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동화' 프로세스 기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 보다는 훨씬 더 깊이있게 접근하고 있다. 제조업 뿐만 아니라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창간 13주년 특집으로 현재 각 산업군의 RPA 도입 현황과 시장 동향을 살펴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는 사람이 하는 표준화 된 업무를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RPA는 사람이 하는 저부가가치 업무를 자동화 처리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업무 및 차별적 비즈니스 가치 발굴 등의 창의적 업무에 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 기업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RPA의 도입 효과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제조업이 아닌 금융산업과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에서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존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짚어볼 문제다. RPA의 도입으로 기존 금융회사 직원들이 정말로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투입됐는지 아니면 그대로 직장을 떠나게 될 위험성이 더 커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 등 투자상담 분야에까지 RPA의 진화가 이뤄지면서 분명히 직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넓게보면 PRA도 '디지털금융' 전략의 범주에 포함된다. 지난해 은행권에서는 점포 축소의 여파로 4000명이 퇴직했다. 다만 금융노조 등 외부에서 RPA를 가지고 크게 반발할 가능성은 적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업무 혁신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에는 특별한 반대가 없었고, 있더라도 별 문제없이 수렴됐다.
이처럼 RPA가 그 도입 범위에 따라, 고용불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세계 금융 산업에선 RPA 투자의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보험사와 은행, 금융투자 기관 등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RPA 도입이 비교적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스위스의 대표 보험회사인 취리히 보험그룹(Zurich Insurance Group)은 보험계약 관리, 보상금 지급 등의 업무에 RPA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신속하고 정확한 금융시장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 분석업체인 ‘켄쇼(Kensho)’에 약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골드만삭스는 켄쇼의 인공지능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국내외 주요 경제 지표, 기업 실적 및 신제품 발표, 주가 동향 등 금융시장 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고객서비스 영역에서도 자산관리형 가상 비서 및 고객 응대형 감정 인식 로봇, 소액 자산보유 고객을 위한 저비용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서 RPA가 도입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자산관리형 가상비서인 ‘에리카(Erica)’를 통해 자사 고객의 계좌 잔액을 분석해 과소비를 경고하기도 하고, 고객에게 유리한 카드대금 납부일을 추천하는 등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선 RPA 도입 후 업무 효율성 개선과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검증되면서 도입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일단 국내 대형 금융사중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의 행보가 눈에 띤다. 전 계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RPA 도입에 나서는 분위기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RPA 전행확산 프로젝트 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4월부터 추진된 RPA사업을 통해 모든 업무에서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추출하고, 선제적으로 시스템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7년 RPA 솔루션 구축을 은행권 최초로 대출 영역에 적용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여신업무에서 고객이 스크래핑으로 제출한 소득 및 재직서류처리를 자동화 했다.
또 신한카드도 반복적인 카드 국제 정산 업무에 RPA를 도입해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RPA를 통해 카드 국제 정산 업무 프로그램 실행부터 ITF파일 다운로드, 변환 및 저장과 전송까지 일련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했다.
기업은행도 RPA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노동력이 인적자원을 보조해 단순/반복/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후선(BPR)업무 7개 영역을 시범적용 후 확대할 예정이다. 7개 영역으로는 ▲금융정보 대량조회 ▲예금압류 등록/해제, ▲여신서류 발급대행, ▲여신심사서류 정리, ▲공과금 지급결의 등 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말 단순·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RPA 도입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RPA 솔루션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성 제고 및 정확도 개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업무 자동화 대상으로 4가지 영역을 우선 추진한다.
ING생명은 지난 1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본격 도입해 ▲신계약 ▲데이터 산출 ▲값 검증 ▲고객관리 ▲보험 상품 관리 ▲보장 내용 관리 ▲사후 관리 등 총 33개 프로세스에 RPA를 시범 적용했다. 3월부터는 RPA를 업무에 본격 도입, 전체적인 업무처리 속도가 평균 51% 향상되는 등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나생명도 RPA시스템인 라이나 봇(LINA BOT)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라이나 봇은 ▲계약관리 ▲고객서비스 ▲영업운영 ▲보험금 심사 ▲언더라이팅(인수심사) ▲품질 모니터링 등 총 34개 프로세스에 적용 중이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은 라이나 봇 적용 후 하루 약 23시간이 소요되던 반복 업무가 약 1시간52분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KB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업무를 RPA로 자동화했다. 직원이 직접 입력하던 성명, 생년월일, 운전면허번호 등을 로봇시스템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 입력한다. NH투자증권도 연내 RPA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RPA의 도입이 올해 화두가 될 것”이라며 “개념검증(PoC)를 하면 고객이 먼저 반응한다. 은행의 여신, 심사, 사후관리를 비롯해 금융권의 문서대사, 크롤링 등의 업무에 도입 효과가 검증되고 있는 만큼 PoC를 하면 대부분의 금융사가 본 사업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