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사 경쟁이 산토끼 대신 집토끼 중심으로 변했다. 올들어 번호이동 규모가 사상 최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접적 원인은 통신사 비용절감이다. 간접적 원인은 정부 통신비 인하 압력이다. 5세대(5G) 무선통신 상용화 이전까지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는 총 40만2946명이다. 전월대비 13.1% 감소했다. 올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지난 2014년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세 번째로 적다.
번호이동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월평균 50만명 후반을 기록해왔다. 2018년 들어 방향이 변했다. 월 40만명도 위태롭다. 번호이동은 통신사 사이 가입자를 뺏는 시장이다. 그만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알뜰폰(MVNO)의 경쟁이 완화됐다는 뜻. 원인은 통신사가 유통망에 주는 장려금을 일정액으로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뒤에도 불법 보조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통망이 통신사가 주는 장려금을 지원금 일부로 활용해서다. 통신사는 장려금을 조절해 불법을 조장한다는 의혹을 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섰다. 장려금을 통한 고무줄 지원금이 대폭 줄었다.
아울러 선택약정할인은 해지율을 낮췄다. 선택약정할인은 약정을 조건으로 요금을 깎아주는 구조. 지원금 대신 고를 수 있다. 이전 번호이동은 지원금을 받은 사람을 위약금을 대납하고 끌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선택약정할인도 약정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 위약금을 대신 내주고 가입자를 데려오는 것은 지원금 대납대비 법망을 피하기 쉽지 않다. 선택약정할인 할인률 5%포인트 상향은 지원금보다 선택약정할인을 택하는 고객을 늘렸다.
통신사가 남의 떡을 뺏기보다 내 떡을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골프’ 등 자사 가입자 특화 콘텐츠 확대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를 무료 제공해 데이터 사용량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월 8만8000원 요금제로 올라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시장은 줄어도 희비는 갈린다. SK텔레콤은 총 7540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특히 LG유플러스로 5613명이 빠져나갔다. KT는 기분만 좋았다.SK텔레콤 LG유플러스에서 가입자를 뺏었지만 알뜰폰 이탈이 많아 4368명 손해다. LG유플러스는 실속을 차렸다. KT 알뜰폰에 가입자를 내줬지만 SK텔레콤에서 얻은 것으로 상쇄했다. 4404명이 늘었다. 알뜰폰은 7504명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