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넷마블게임즈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13일 실시한다. 협업이 필요한 코어근무 5시간(10시~16시, 점심 1시간 포함)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시간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 오후 4시 퇴근도 가능해진다. 동시에 회사 측은 사전 신청 없는 야근, 연장근무는 일체 금지했다.
한때 넷마블은 업계 내 높은 노동강도의 상징으로 거론된 여러 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국회의 문제 지적과 정부의 노동강도 조사가 이 같은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24시간 365일 돌아가야 하는 게임 서비스업 특성상 불가피한 야근과 연장근무까지 곱지 않게 보는 외부 시선은 거둘 필요가 있다. 일각의 요구대로 야근을 원천 금지할 경우 밤늦은 시간엔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게임 이용자들도 불편해 할 것이고, 이는 기업을 운영하지 마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넷마블의 이번 선택적 시간근무제 시행은 국내 게임업계 근로환경의 중요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게임업계 근로환경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향상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이제 자의반 타의반 근로환경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수년전부터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과의 일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국에 노동 원가 경쟁력에서 밀린지 오래이고 이제 양적인 근무시간에서도 크게 밀린다.
적은 시간을 일해도 질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중국과의 경쟁이 가능한데, 이 부분은 연매출 기준 국내 게임업계 1위에 올라선 넷마블도 고민이 많다. 넷마블은 선제적 시장 대응으로 앞서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두고봐야 하는 문제다.
넷마블이 택한 것처럼 근로환경의 질적인 변화는 결국 업계 전체가 가야할 길이다. 넷마블을 포함한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 빅3는 자율적 근무제를 시행했지만, 다수의 중견·중소 업체에선 아직도 고강도의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우수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따지고 보면 스스로가 만든 근무환경 때문이다. 환골탈태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바뀌어야 게임도 우수한 인재들이 찾는 산업군이 될 수 있다.
타 산업군에서 게임업계로 이직한 한 인사는 높은 노동강도의 이유에 대해 “노조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해당 인사의 지적대로 국내 게임업계엔 노조가 전무한 상황이다.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할 노조가 없는 까닭에 직원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업 이익을 우선시한 경영진의 요구대로 움직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를 만드는 것도 근로자 스스로가 변화를 앞당길 수 있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