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컨버전스

[2018 평창] VR 시뮬레이션 만난 스키·루지, 따뜻한 실내서 무한훈련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이 동계 스포츠 훈련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VR 시뮬레이션은 공군 전투기 훈련에 처음 도입됐지만 열차 운행, 산업용 굴산기 운전, 화재 대응 훈련 등을 위한 VR 시뮬레이터도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 영역에도 VR 시뮬레이션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VR 시뮬레이션은 기후, 시간,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키 경기나 봅슬레이와 같은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경기들은 올림픽 코스에서 실제 많은 연습을 할 수 없지만 VR은 제약 없이 거의 무한정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알파인스키 대표팀은 훈련에 가상현실(VR)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미국 스키 대표팀 선수들은 몇 달 전부터 강원 정선의 알파인 코스를 그대로 재현한 영상으로 주 1회 이상 가상현실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vr 교육업체인 strivr은 미리 촬영한 정선 알파인 코스를 vr 플랫폼으로 구현해 미국 스키 대표팀에 제공했다. 사진 출처: u.s ski snowboard>
미국 스키대표팀은 2016년부터 가상현실 훈련을 준비했다. 2년 전 정선에서 열린 스키월드컵에 참여해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꼼꼼히 촬영했다. 대표팀 코치들이 360도 카메라를 부착한 헬멧을 착용하고, 정선 알파인 코스를 수십 번 달리며 촬영했다. 이후 미국의 가상현실 기술 업체 STRVR과 협력해 가상현실 정선 코스를 만들었다.

물론, 실제 경기와 비슷한 체험을 전하기는 쉽지 않다. 알파인스키는 최고 시속이 160km에 달하는 동계스포츠 중 가장 빠른 종목이다. 이러한 속도감을 영상에 담기가 쉽지 않다. 영상의 속도를 무작정 높이면 흔히 VR멀미인 구토, 어지러움증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STRIVR은 선수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영상을 다듬었고 선수들이 주 1회 훈련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안정화시켰다.

한국의 루지 국가대표 선수들도 VR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훈련을 하고 있다. 실제 루지 썰매를 시뮬레이터 위에 올리고, 실전처럼 발과 손으로 조종한다. 트랙을 달리면 실제 타는 것처럼 흔들림도 있고 기울어지기도 한다. 얼음 표면과 썰매 사이의 마찰 소리까지 재현해 실제 경기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도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루지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한국스포츠개발원>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도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루지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한국스포츠개발원>
이 루지 시뮬레이터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를 360도 입체화면에 구현해 실제 트랙을 달리는 가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시뮬레이터를 만들기 위해 썰매 밑에 센서를 부착해 주행 중 각종 정보를 수집했으며, 헬멧에 카메라를 달아 트랙을 촬영했다.

그렇다면 VR 시뮬레이션 훈련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알파인 스키의 경우 그날그날 부는 바람이나 기온, 눈 내린 양에 따라 깃발 위치가 변경되기 때문에 실제 코스를 완벽히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코스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설질과 워터링 정도가 더 큰 변수가 되기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선 코스는 올림픽 개최 전까지 외국 선수들은 코스 경험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상현실 체험이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대표팀은 코스의 특색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봅슬레이, 루지와 같은 슬라이딩 종목에서는 스키 종목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이들 종목은 코스가 가상현실 영상에 따라 주행 자세와 무게 중심을 잡는 훈련 장비, 가상현실을 활용한 동작분석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장비 등이 선수들의 기록 단축을 돕고 있다.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하도록 하는 시뮬레이터를 제작해 선수들과 상호 작용을 통해 실제 훈련에 가까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대 헬스케어공학과에서 개발한 VR 시뮬레이션에 따른 근육활성도 변화 측정 장치. 사진 출처: 전북대학교>
<전북대 헬스케어공학과에서 개발한 VR 시뮬레이션에 따른 근육활성도 변화 측정 장치. 사진 출처: 전북대학교>
전북대에서는 루지 종목에서 VR 시뮬레이션의 효과를 입증했다. 전북대 헬스케어공학과 강승록 교수 연구팀은 실제 시뮬레이션 시스템의 움직임과 영상 변화에 따라 선수들의 근육활성도 수준이 확연히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코칭능력개발원의 ‘가상현실 기술의 스포츠 활용’ 보고서에서는 선수들과 가상현실 간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이 가능해, 선수들의 반응을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다.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동작을 시뮬레이션을 찾아 잘못된 동작으로 인한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실제 훈련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과 부상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