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썰매 볼모지인 한국에서 윤성빈 선수가 처음으로 스켈로톤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썰매 종목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켈레톤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겨울에 짐을 운반하기 위해서 썰매를 이용하던 터보건에서 유래됐다. 썰매를 잡는 손잡이가 사람의 갈비뼈를 닮아 해골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시속 130km를 넘나드는 스켈레톤은 어떻게 조종할까. 스켈레톤 뒤쪽 날 바닥은 방향을 조종할 수 있도록 두 줄로 된 홈이 파여 있다. 이것을 그루브라고 하는데 스켈레톤 썰매 방향 조절장치다. 이 홈이 얼음에 박히면서 좌우 방향 중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선수가 엎드린 상태에서 허벅지에 힘을 줘 썰매를 누르면 이 그루브가 얼음에 살짝 파고들면서 얼음과 마찰이 생기고, 이 마찰력에 의해 썰매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단순한 썰매가 미끄러지는 스켈레톤에서 과학기술이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썰매에도 첨단 과학기술이 들어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1994년에 항공우주재료엔지니어 크리스탄 브롬리가 스켈레톤 썰매 디자인에 공학원리를 적용하면서 스켈레톤에도 본격적인 기술경쟁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브롬리가 개발한 새 썰매를 거부했다. 그러자 브롬리는 직접 썰매를 타며 시험에 나섰고 영국에서 우승까지 하며 유럽 및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이후 스켈레톤 선수들은 기존 썰매 대신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새 썰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브롬리는 항력을 5% 줄일경우 수백분의 1초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빨리 달릴수록 항력도 더 커져 속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미국 샤롯빌버지니아대의 물리학자 루이스블룸필드는 선수들이 시속 97km에서 113km로 속도를 올리면 속도는 13%가 빨라지지만 공기 저항으로 발생하는 항력이 36%나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썰매 뒤로 소용돌이치는 공기주머니(에어포켓)가 발생해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때 선수들마다 자신에게 알맞은 주행 폼을 찾아 주행 기술을 향상시키면 공기저항과 항력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각자에게 최적화된 주행 폼으로 공기 저항에 따른 운동량 감소를 최소화하며 달릴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는 루지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중 가장 빠른 종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루지다.
공식 최고 속도는 루지가 시속 154km를 기록한 적이 있다. 2009년 2월 독일의 펠릭스 로흐 선수가 휘슬러 경기장에서 세운 기록이다. 2인승 봅슬레이가 시속 153km, 스켈레톤이 시속 141km 순이다. 스켈레톤은 발로 썰매를 밀며 달리고, 루지는 앉아서 손으로 밀기 때문에 스켈레톤이 더 빠를 것 같다. 하지만 루지 속도가 스켈레톤보다 평균 시속 10km 정도 더 빠르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크게 세 가지 차이에서 비롯한다. 하나는 출발점이 다르다. 스켈레톤은 출발하는 지점의 경사도가 10도 정도로 루지가 출발하는 지점의 경사도 20도 정도보다 10도가량 완만하다. 경사가 다른 만큼 출발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달리는 최고 속도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타는 자세다. 스켈레톤은 머리와 어깨가 앞으로 향하고 있어서 공기와 닿는 면적이 발이 앞으로 향하는 루지보다 4.5배 이상 넓다. 그만큼 공기저항과 항력이 많이 발생해 속도가 느려진다.
마지막으로 썰매의 날이 속도 차이를 일으킨다. 스켈레톤 날은 둥근 모양으로 얼음과 접촉하는 면적이 많은 반면 루지는 네모 모양으로 모서리만 얼음과 맞닿아 접촉면이 상대적으로 적다. 얼음과 닿는 면적이 적을수록 마찰력이 줄어 그만큼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타는 자세, 방법이 다르다보니 헬멧도 차이가 있다.
일단 썰매 종목 헬멧은 머리의 좌우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설상 종목 보다 크고 묵직하고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루지 헬멧은 뒤쪽이 튀어나오고 투명 덮개가 턱 밑까지 내려온다. 스켈레톤은 뒤통수가 비교적 납작하고 투명 덮개가 눈에만 있다. 루지와 스켈레톤의 탑승방향 다르기 때문이다. 루지는 위를 보고 누워 타기 때문에 헬멧 뒤쪽을 높여 선수의 시야를 편안하게 확보하고 스켈레톤은 엎드려 타기 때문에 턱과 눈을 보호해야 한다.
윤성빈 선수가 착용하며 유명해진 아이언맨 헬멧은 윤 선수의 머리 모양을 3D로 스캔해 맞춤 제작했다. 윤성빈 선수 헬맷은 6개의 서로 다른 섬유층으로 겹쳐 제작된다. 바깥쪽은 풍동 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면서 가벼운 소재를 이용해 제작한다. 주 소재는 유리 섬유, 탄소 섬유, 탄소-유리 섬유, 아라미드 섬유 등의 복합재료이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 단단하고, 아라미드 섬유는 방폭, 방탄의 특성이 있어 충돌 위험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에 제격이다.
스켈레톤에 이어 이번 올림픽서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 중 하나는 봅슬레이다.
봅슬레이는 자동차 관련 기술을 집결한 슈퍼카가 포뮬러원에서 경쟁하듯 각종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썰매로 달리는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포뮬러원(F1)’이라고 불린다. 봅슬레이 썰매는 무게가 가볍고 표면이 균일해야 해서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다. 또 탑승자의 체형을 3차원 스캔 기술로 분석해 최적의 탑승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하고, 공기저항을 최소로 하기 위한 풍동 실험 등 첨단 자동차 제조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작은 썰매 1대 가격이 무려 1~2억 원에 달한다.
실제 BMW, 페라리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봅슬레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BMW는 미국 대표팀, 페라리는 이탈리아 대표팀의 봅슬레이를 각각 제작한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부터 봅슬레이 개발에 나서 한국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공기저항 분석 시뮬레이션과 풍동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썰매를 디자인했다. 또 썰매의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는 저중심 설계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는 기존의 봅슬레이가 곡선 표면인 것과 다르게 스텔스기처럼 표면을 직선으로 깎아 공기 저항을 줄였다.
평창올림픽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원윤종·서영우 선수팀은 2016년부터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한국형 봅슬레이와 라트비아산 BTC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다만 원윤종·서영우 선수팀은 고심 끝에 직선에 강한 현대자동차 봅슬레이보다 더 익숙하고 곡선 구간에서 실수가 적어 안정적으로 달리는 BTC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