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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에서 ‘날개’ 설계하던 엔지니어, ‘클라우드HPC’ 업체 창업한 까닭

[인터뷰] 조리스 푸르트 리스케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미국 보잉사에서 787드림라이너 여객기의 날개와 동체를 설계하던 한 엔지니어는 고민이 있었다.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날개를 설계하려면 2000만개 이상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여러 컴퓨터 설계(CAE), 해석 및 내부 소프트웨어(SW) 등을 활용해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려면 보잉의 IT인프라 전체를 다 써도 약 3년이 걸렸다. 보잉 내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는 여러 곳에 존재했지만 다른 부서에서도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100% 활용이 어려웠다.

조리스 푸르트 리스케일 창업자 겸 CEO
조리스 푸르트 리스케일 창업자 겸 CEO
그는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이 일에 매달렸다. 어떻게 하면 흩어져있는 HPC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끝에 방법을 찾아냈다. 클라우드 인프라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3년 걸리던 업무를 24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보잉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찾아가 다른 부서에서도 그가 고안한 방법을 쓸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보잉을 그만두고,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회사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리스케일’이고 이 엔지니어 이름은 조리스 푸르트<사진>다.

현재 리스케일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SW) 기업 중 하나다.

최근 방한한 조리스 푸르트 CEO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전세계 HPC 시장은 270억달러(한화로 약 30조원) 규모이지만 이중 5%만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돌아간다”며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하고 CAE엔지니어도 많은 한국에서 리스케일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한 푸르트 CEO는 보잉에서 컴퓨터 설계, 시뮬레이션과 같이 HPC가 필요한 업무를 인프라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리스케일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클라우드 환경에서 CAE SW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앤시스, CD-어댑코, 다쏘시스템, 지멘스PLM, 매스웍스 등 270여개 이상의 CAE SW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리스케일에서 쓸 수 있게 했다. 기업은 이를 통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필요한 CAE SW를 원하는 만큼 쓰고, 제품개발 및 생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또,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푸르트 CEO는 “리스케일은 ‘스케일X라는 플랫폼을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IaaS)와 CAE SW의 다리 역할을 한다”며 “매달 사용량만 3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16배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리스케일의 스케일X 사용 화면
리스케일의 스케일X 사용 화면

이미 테슬라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을 비롯해 일본의 ‘톱5’ 완성차 업체가 리스케일의 고객이다. 자동차와 항공우주. 생명공학, 반도체 등 300여개 이상 고객을 확보했다. 그가 몸담았던 보잉은 물론이고 보잉의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리스케일을 사용 중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리차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투자도 받았다.

리스케일은 지난해부터 SP코리아를 통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LS산전과 서울대, 울산대 등이 리스케일을 사용 중이다. 그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인프라 제약 없이 웹 기반 환경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높다”며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등 이슈가 생겨나는 자동차 업계에서의 활용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이나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F1 경주차량에 부착된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경기속도를 높이는데도 적용됐다.

리스케일의 강점 중 하나는 고객이 하드웨어(HW)에 대한 고민없이 CAE SW를 구동할 수 있게 최적화된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CPU나 GPU, 인텔 제온파이 등 매분기 혹은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HW는 물론이고 텐서플로우나 카페, 토치와 같은 딥러닝 프레임워크에 대해서도 수많은 벤치마크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푸르트 CEO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보통 200여개의 CAE 관련 SW를 사용한다”며 “리스케일은 새 HW가 나올 때마다 자동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기 때문에 보다 최적화된 HW나 클라우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 등 한국 대기업과의 미팅을 위해 방한했다”고 밝히며 “최근 추세로 봤을 때 한국에서 1년 내 3배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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