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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셋톱박스, 뛰어가는 IPTV…먼산보는 케이블TV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셋톱박스를 잇달아 출시하며 유료방송 시장에서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반면, IPTV에 밀리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는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제외하면 자체적인 AI 셋톱박스 개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K브로드밴드가 AI 셋톱박스 ‘B tv x NUGU(비티비 누구)’를 선보였다. KT에 이어 두번째 AI 전용 셋톱박스이다. SK브로드밴드는 비록 KT에 비해 AI 셋톱박스 출시는 늦었지만 음성검색 기능만큼은 업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인물, 국가, 장르, 연도, 화질, 가격, 최신, 관객 등 8중 복합조건으로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AI 셋톱박스의 원조 KT의 '기가지니'도 만만치 않은 검색실력을 자랑한다. 서비스 1년만에 가입자 50만을 달성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기가지니' 역시 문맥을 이해하고 대명사 해석, 복합질의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독립된 인공지능 셋톱박스는 출시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에 '유플러스 우리집AI'를 접목해 셋톱박스 기능을 수행한다.

이처럼 IPTV 3사 모두 AI 기반의 방송 셋톱박스 개발 및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셋톱박스의 진가는 동영상(VOD) 검색에서 나타난다. 오래되고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도 배우나 시기 등을 통해 콘텐츠를 찾아낼 수 있다. 리모콘으로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실패할 확률도 높지만 AI 셋톱박스는 이 같은 문제를 너무도 쉽게 해결해 준다.

여기에 통신사들은 장기적으로 AI 셋톱박스를 스마트홈 허브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가전 제어부터 자동차 등 모든 공간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케이블TV 업계의 AI 셋톱박스 대응은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CJ헬로를 제외하면 AI 셋톱 개발에 큰 관심이 없다. 여력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CJ헬로는 지난해 '레드(RED)'라는 이름의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레드'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누가(Nougat)'가 탑재됐다. CJ헬로는 '레드'에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음성인식 AI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스피커 형태의 셋톱은 아니지만 리모콘을 통해 통신사의 AI 셋톱박스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기술 도입은 상반기 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CJ헬로는 셋톱박스는 아니지만 AI 상담사 챗봇서비스 '우디'도 선보이는 등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헬로를 제외하면 다른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들은 AI 셋톱박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티브로드, 현대HCN 등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나 포털 등과 협업할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다. 자체개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았다.

케이블TV 업계는 SK텔레콤과 CJ헬로의 M&A 불발 이후 '원케이블'을 내세우며 통합과 협력을 통해 통신사들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비스 통합, 네트워크 통합, UI/UX 통합 등을 통해 지역 사업자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AI 셋톱과 같은 이슈에서 ‘원케이블’은 찾을 수 없다.

케이블TV 업계가 신기술, 신성장동력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유료방송 시장에서 인수합병(M&A) 이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M&A 논란에 딜라이브는 계속해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른 MSO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기술, 신성장동력 투자보다는 M&A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한 MSO 관계자는 "어느 한 사업자가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서서 업계를 규합해야 하는데 지금은 매각 이슈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MSO 관계자도 "사업자마다 입장도 다르고 원케이블 차원에서 AI 셋톱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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