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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죽어야 코스닥이 산다?…불편한 양립의 조건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최근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가상화폐(암호화폐) 제재’ 정책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가상화폐 시장에 몰린 투자자를 코스닥시장으로 데려오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의 가상화폐 제재 추진 보도가 나올 때마다 코스닥 관련주가 폭락을 거듭할 만큼 두 시장의 연계성 또한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이미 가상화폐 관련 아이템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 제재 분위기를 내면 가상화폐 시장 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도 타격을 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과 가상화폐 제재안이 양립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가 시대적인 흐름인 것을 인정하고 정부가 이를 무조건적으로 제재할 것이 아니라 제도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시장의 폐쇄를 운운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그 동안 아무런 준비 없이 대응해 온 무능을 극약처방으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투명성, 안전성, 투자자 보호 등의 시장의 기반이 조성되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을 두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어 금융소비자원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할 우리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적 접근만을 우선시 하려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가상화폐가 미래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의 하나라는 전망에서 본다면, 가상화폐의 부작용만 크게 부각해 규제 중심으로 대책을 세우기보다 국내 IT 등의 산업발전과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 차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치인들도 정부의 가상화폐 제재를 반대하는 입장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추진에 대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글을 본인 SNS에 올린데 이어,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은 옳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확산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11일 남경필 경기지사도 본인 계정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에 안들면 무조건 규제하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민주국가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에 앞서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 가격은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대략 20% 정도씩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들어서도 이더리움 (-25.45%), 리플 (-25.43%), 비트코인(-19.20%) 등 하락세는 이어졌다.

이날 코스닥 관련주도 20~30%씩 폭락했다. 특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을 보유한 옴니텔, 비덴트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30% 가까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옴니텔과 비덴트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30.00%, 29.96% 하락했다.

이 외, SCI평가정보(-29.92%), 씨티엘(-26.24%), 퓨전데이타(-27.10%), 엠게임(-11.71%), 제이씨현시스템(-18.92%), 아이지스시스템(-19.96%), SBI인베스트먼트(-24.01%), 포스링크(-26.84%), 넥스지(28.21%), 한빛소프트(-17.78%), 우리기술투자(-30.00%) 등 나머지 관련주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미 지난달에도 가상화폐 관계부처 회의에서 나온 거래소 폐쇄 발언이 보도되면서 관련주가 폭락한 바 있다. 작년 12월28일 법무부는 오전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이 보도가 나간 이후 국내 가상화폐 관련주들은 이날 오전 11시 이후부터 하락세로 돌변해 10~20% 이상씩 떨어졌다.

◆ 증권계에도 물든 가상화폐, 피할 수 없는 대세? = 코스닥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이 서로 밀접해졌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바로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가상화폐를 언급하는 사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증권회사는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존립하는 만큼, 가상화폐 시장의 인기가 마냥 반가울 리 없다. 마치 증권업계에서는 가상화폐의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가운데 가상화폐를 긍정하거나, 종목에 영향을 끼치는 가상화폐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증권업계마저 가상화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8일 DB금융투자(작성자 문홍철)는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가 본질적인 가치가 없으며 심지어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도 “가상화폐는 네트워크 분산 원장에 의해 신뢰성이 확보되고 기술 자체에 의해 통화증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례적인 언급을 했다.

이어 DB금융투자(작성자 권윤구), 유진투자증권(작성자 정호윤) 등은 최근 내놓은 카카오 분석 리포트에서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개발한 두나무의 지분을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은 가상화폐를 두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파도”라며 “향후 업비트의 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며 가상화폐 시장의 변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나온 지난 11일, 청와대 측은 오후 6시가 넘어서 “거래소 폐쇄안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며,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혼선된 모습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일까. 12일 가상화폐 관련주도 오전 다시 반등하다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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