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의 IT산업은 극심한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혼미했던 대통령 탄핵 정국이 수개월간 이어졌고, 조기 대선과 문재인 정권의 출범, 사드 사태와 대중 관계 악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산업계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분야의 선전으로 우리나라 IT시장 지표는 양호했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신기술은 침체됐던 IT시장에 혁신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반면 탄핵사태는 재계 전반의 경영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그룹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식 출범은 비대면금융 경쟁 시대의 서막을 열었으며, 가상화폐의 광풍은 2000년대초 '닷컴 버블'의 재연이라는 우려 속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디지털데일리>는 IT산업의 각 분야별 전문기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2017년 IT산업, 10대 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반도체 호황,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다 ▲인공지능(AI)에 빠진 IT산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대통령 탄핵 유탄 재계에도 충격 ▲가상화폐 광풍, 커지는 보안위협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선택약정할인 등 통신요금 인하 논란 ▲스마트폰, 갤럭시 부활,..애플 강세 지속 ▲인터넷기업 조세 회피 철퇴 ▲올해 보안위협 공포 '랜섬웨어' ▲공공 클라우드 도입 기틀 마련 이다. 10대 뉴스의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편집자>
◆반도체호황,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다 = 반도체 산업은 올해 역사적인 성수기를 맞았다. 반도체산업의 슈퍼 사이클은 때마침 국내 IT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찾아왔다는 점에서 호재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반도체는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 수출의 16%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무역수지을 견실하게 뒷받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록한 올해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어섰다. 이같은 수치는 제조업에서는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이슈와 맞물리면서 더욱 큰 활력을 보였고, 이는 반도체 시장의 활황이 단기 호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망을 가능케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보면, D램과 낸드플래시 용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우리 반도체 업계가 초호황, 슈퍼사이클이라는 시장 상황에 안주하지말고 기술적인 혁신을 더욱 정진하고, 천문학전인 규모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냉정한 주문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지만 반도체 시장의 순환 사이클에 미리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침체기를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에 빠진 IT산업 = 구글의 알파고가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인공지능은 올해 IT시장에 빠르게 파고 들었다. 국내외 IT기업을 불문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스피커 출시가 이어졌고, 챗봇 도입 사업을 통해 대고객 서비스 개선 및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은 자동화에도 영향을 미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와 같이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인력의 배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금융권, 의료산업, 제조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인공지능의 보급도 빠르게 이뤄졌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현에도 인공지능이 핵심 기반 기술로 떠오르는 등 인공지능은 ERP, SCM과 같은 기업 기반 IT인프라를 고도화하고 혁신하는 기술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대통령 탄핵 유탄 재계에도 충격 = 지난 3월9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판결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파면 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기업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등이다. 총수가 구속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 현재 항소심 선고만 남은 상태다. 항소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선고는 내년 2월초 나올 전망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 파면 과정에 관계했다는 이유로 삼성외에 SK KT 롯데 등 재계 유력 기업 들도 곤혹을 치렀다.
◆가상화폐 광풍...커지는 보안위협 =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해커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사이버공격자들의 목적이 금전탈취 및 수익으로 쏠리면서, 돈이 모이는 가상화폐 시장은 타깃이 됐다.
가상화폐 거래소·개인 지갑을 향한 공격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을 사칭한 스피어피싱 해킹 이메일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를 대상으로 유포되기도 했다. 입사지원서로 위장하거나 유명 거래소의 출금 알림 이메일로 사칭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코인을 탈취한다. 거래소 유빗은 해킹으로 파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긴급대책안을 마련하고 취약한 거래소 보안수준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 보안점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화, 정보보호최고책임자 지정, 서비스 임시 중지 및 과징금 기준 상향안을 내놓았다.
◆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비대면금융시대 개막 = 올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다.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기존 은행권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 준 것만은 분명하다.
해외송금, 중금리대출, 신용평가 체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의 방식에 의문을 던졌다. 비대면채널의 대표적 채널인 ‘앱’ 설계 및 디자인에 있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서비스 이용 절차의 간소함과 편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러한 시도는 시중은행의 변신을 가속화하기도 했다.
다만 은산분리 완화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정적 경영과 확대를 위한 법적 장치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추가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은산분리 규정 아래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택약정할인 등 통신요금 인하 논란 =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은 이동전화 기본료 1만1000원 폐지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요금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는 논란 끝에 기본료 폐지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요금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본료 1만1000원에 준하는 요금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했고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감면도 확대했다. 하지만 요금할인율 확대의 경우 요금인하를 위해 정부가 구체적 근거 없이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부 스스로가 경쟁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 역시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요금설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논란을 낳으면서 통신요금 인하 논란은 올 한 해 계속 이어졌다.
◆스마트폰, 갤럭시 부활,..애플 강세 지속 = 제국의 위기는 제국의 몰락이 아닌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추격자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체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각각 21.2%와 11.9%다. 각각 8340만대와 4670만대를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반기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 여파를 터는데 성공했다. 애플은 ‘아이폰X’를 통해 시장의 믿음을 회복했다. 양사의 위기는 위기 그 자체로 끝났다.
다만 이전처럼 굳건한 상태는 아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제조 기술력은 사실상 평준화했다. 더 이상 삼성전자만 특별한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는다. 중국 업체는 프리미엄폰 분야도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애플은 특유의 비밀주의에 발목을 잡혔다. 신제품 판매를 위해 이전 제품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슨 일을 해도 흔들리지 않았던 고객이 애플의 힘이다. 이 힘이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인터넷 기업 조세 회피 철퇴 = 올해 세계 각국에서 유력 인터넷 기업을 겨냥한 징수 압박이 이어졌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세계 각국에서 얻은 소득을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곳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해오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탈세 혐의를 받던 구글이 3억600만유로(약 3900억원)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이후 그동안 밀렸던 세금 납부와 함께 향후 소득을 신고하겠다는 기업들의 입장 변화가 두드러졌다. 연말 들어 애플이 아일랜드에 130억유로(약 16조6000억원)를, 아마존이 이탈리아에 1억유로(약 1200억원) 세금 납부를 결정했고 페이스북은 자사 정책을 바꿔 각국 지사 매출과 비용을 집계해 세무당국에 신고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각국에서 압박 수위가 높아져오자 자진해서 정책을 바꾼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구글세로 불리는 BEPS(벱스,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 및 소득이전 행위) 프로젝트를 가동해 국제 규범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보안위협 공포 '랜섬웨어' = 랜섬웨어는 단연 올 한 해 보안위협의 중심이었다. 파일 등을 암호화한 후 이를 인질로 삼고 몸값을 요구하는 랜섬웨어는 국내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 5월에는 워너크라이 랜섬웨어가 전세계를 강타해 한국에서도 정부와 민간기업 등이 예방에 전력을 다했다. 사상 최대 랜섬웨어 몸값으로 불리는, 당시 13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해커에게 건넨 인터넷나야나 사건은 리눅스용 랜섬웨어 에레버스 공격으로 발생했다.
수익을 얻기 위해 공격자들이 몰리고, 방법 또한 쉬워지면서 호기심과 장난으로 접근하는 해커까지 더해지고 있다. 서비스형 랜섬웨어가 나올 정도로 제작 또한 손쉬워지고 있는 상황이며, 신·변종 랜섬웨어도 꾸준히 유포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화폐와 랜섬웨어가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 악성코드를 랜섬웨어와 함께 유포하고 가상화폐 지갑까지 암호화하는 경우도 나타난 바 있다.
◆공공 클라우드 도입 기틀마련 = 2015년 9월 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3년차에 접어들었다. 2017년은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된 해로 평가된다.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가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클라우드 보안인증제’가 정착됐다. 지난해 KT에 이어 올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가비아,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IaaS) 사업자 네곳이 추가로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획득하면서 공공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LG CNS도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자까지 인증이 확대된다. 이와 함께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클라우드 서비스 구매를 위한 별도의 카테고리가 마련되면서 공공기관의 활용 편의성이 높아졌다. 현재 조달청과 IaaS 분야 다수공급자계약을 맺은 기업은 KT와 NBP, 가비아 등 3곳이다. 정부는 내년 ‘구름타고 세계로’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시작하고 기관 평가 시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하는 등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확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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