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예상된 일이지만 그 정도가 훨씬 거셌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 출석한 이해진 창업자(GIO·글로벌투자책임자)에게 야당 의원들의 날선 질의가 집중됐다. 증인 심문 초반엔 이 창업자 외 다른 증인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보일 정도였다.
이번 과방위 종합감사는 ‘네이버 뉴스’에 매몰된 수즌으로 질의가 쏠렸다. 최근의 스포츠뉴스 재배치 논란이 도화선에 불을 당겼고 이 창업자가 폭발 직전의 뇌관을 안고 감사장에 뛰어든 모양새가 됐다. 결국 첫 증인 출석한 국감장에서 폭탄이 터졌다. 야당 인사들의 자극적 언사가 오갔고 여당에서 자제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묻히고 말았다. 국감 후반부엔 더욱 센 발언들이 넘쳐났다.
이번 감사는 모처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주요 외국계 기업 한국법인장들이 한데 모인 자리였다. 국내외 기업 역차별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예상됐지만 네이버 뉴스에 밀려 드문드문 질의가 나왔고 한국법인장들에겐 ‘모른다, 본사에 전달하겠다’ 답을 받았고, 정부엔 ‘살펴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사실상 헛물만 켠 셈이 됐다.
◆‘괴물이 돼가고 있다’·‘삐끼도 아니고’ 등 자극적 언사 넘쳐=감사장에선 네이버 뉴스를 겨냥한 센 발언들이 오갔다. 주로 자유한국당에서 이 같은 발언들이 나왔다.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은 네이버가 댓글을 조작하고 뉴스를 통해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자체 규정하면서 “(이해진 창업자가) 괴물이 돼가고 있다. 재벌노름에 빠져서 이렇게 변했는데”라며 “연봉 수억원받은 부하임원들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재벌노름하다가 총수들 다 감옥간다 (중략) 증거 없어도 감옥간다. 이해진 의장도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몰아세웠다.
강 의원은 또 “뉴스 장사에서 손을 떼라. 정치 뉴스라도 집어치우라. 뉴스 장사해서 삐끼(여리꾼의 속된말)도 아니고, 사람 유인해서 골목상권 침해해서 조폭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장사하지 말라” 등 과방위원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센 발언을 이어갔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과방위 차원에서 네이버의 대국민 갑질과 사기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며 ‘네이버 청문회’를 주장하면서 ‘갑질’, ‘사기극’ 등의 단어를 여러차례 썼다.
◆“뉴스편집 장기적으로 외부에 맞기는 게 맞다”=이 같은 여러 의원들의 지적은 ‘네이버에서 뉴스를 떼어내라’는 주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창업자는 “뉴스편집은 장기적으로 외부에 맞기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뉴스 배치 알고리즘 공개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이에 대해 이 창업자는 “가능한 외부에 제공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장기적으로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알고리즘의 완전 공개에 대해선 “외부 공격이 용이해질까봐 걱정이 많다”면서도 “더 잘해내야 한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답을 내놨다.
댓글 호감순 배열이 외부에서 보기에 투명하지 않다는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 지적에 이 창업자는 “공감가는 말씀이다. 충분히 따져보겠다”며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기업 역차별’ 언급은 됐으나…입장 재확인 수준 그쳐=최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조세회피 등 국내외 기업 역차별에 대한 질의가 예상됐지만, 그 비중이 상당히 작았다.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의 지적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한국법인장은 본사 관리를 앞세워 ‘모른다’는 답을 내놨고 ‘더 깊이 보겠다’는 정부 입장만 재확인한 수준에서 그쳤다.
김 의원이 구글, 애플, 페이스북 한국법인장들에게 한국 내 매출 파악 여부를 묻자 “모른다”, “국가별로 추산하지 않는다” 등 비슷한 답변이 이어졌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겐 중국인의 개인정보를 영토 내 두기로 강제한 중국 사이버안전법의 사례를 들면서 “서버를 들여오든지 비슷한 법을 도입하든지 미국 기업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장관은 유럽연합(EU)에서 구글세 부과 등 움직임이 있는 것을 거론하면서 “공부도 하고 대비를 좀 하겠다. 과세당국에서도 깊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지금 상황에선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발언이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봐달라” 이해진 외침은 묻혀=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감사 중간 답변을 통해 “국내만 보면 안 된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시고 판단해주셨으면 한다”며 잠시 목소리를 냈다.
이 창업자는 검색광고로 중소기업이 죽어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검색광고에서 (광고비가) 사용자 경매시스템으로 결정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검색엔진 구글, 미국에서 나온 것이 같다”며 “제 기억으론 한달에 10만원 이하 광고를 쓰는 분들이 절반이 넘고 가장 효율적으로 TV나 신문이 아닌 매체에 광고를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구글이 전 세계 90% (검색)점유율을 가졌고 싸이월드가 페이스북한테 시장을 뺏기는 곳이고 다음이 카카오에 인수가 되는 곳”이라며 “구글이 90가지고 저희가 10가지고 있느데 국내만 보시면 안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 창업자의 발언은 국감장에서 묻혔다. 주로 과방위원들은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지적했고 이 창업자를 몰아세우는 거친 발언이 수시로 나왔다. 이 때문에 이 창업자의 주된 답변으론 “명심하겠습니다”, “잘 고민하겠습니다”가 많았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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