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40대 중반 취재원을 만나다보면 이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신 분들이 많다. 공통된 점은 IT를 벗어나 다른 산업군에서 기회를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대략 IT가 지겹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는 IT분야에서 커리어의 발전이 대략 정형화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전문직이나 향후 발전방향은 대략 정형화된 것이 사실이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두 배의 노력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제 효과가 있느냐를 떠나 비 IT업체들의 IT전문가 영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누가 전문가인지를 판별하는지는 인재를 뽑는 HR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적어도 IT인들에게 새로운 커리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한 것은 분명하다.
IT와 현업의 조화는 주구장창 기사에 관용구처럼 쓰였다. 하지만 IT는 힘이 없었고 현업은 IT를 몰라 조화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CDO(Chief Digital Officer)라는 직책이 화제가 됐다.
기업의 디지털전략담당 정도로 이해되는데 사실 위치가 애매하다. CIO(최고정보책임자)와 혼란이 있기도 하고 실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조직을 기반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정형화되지도 않았다. 다만 CDO등의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에 있어 디지털 전략,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CIO와는 결이 다르다. 아직도 IT인프라를 다루는 IT부서에 대해서 기업 조직 내에서의 인식은 ‘심부름꾼’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IT부서가 대표적인 조직 내 지원조직이자 비용 부서로 인식되고 있어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T’가 ‘디지털’로 바뀌는 순간 위치가 달라진다. 현재 디지털을 주제로 하는 전략은 기업이나 금융사의 C레벨, 그리고 경영기획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수・발주 위주의 IT조직의 움직임과는 결이 다르다.
IT업계의 중량급은 이러한 CDO직함을 가지고 타 산업군으로 가는 분위기다. 실무와 관리의 중간급들은 타 산업군의 실무 총괄(?) 정도로 가는 분위기고. 여하튼 IT지식을 현업에 접목할 수 있는 자리라 기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올바르게 이뤄지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개인능력의 차는 있겠지만 외부 용병이 하나의 조직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은(IT에서 금융으로 이직) 아이디어 회의보다는 술자리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일단 조직에 자기편을 만들어놔야 소위 ‘약 빨’이 먹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은 분위기다.
디지털 혁신이 얘기되고 디지털 인재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현실에는 분명한 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다하더라도 이를 수행하는 조직에서 거리감이 있다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는 힘들다.
어쨌든 디지털 혁신이 업계의 인력 채용 지형에도 변화를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만난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관련 인력의 이동이 심한 편이라는 얘기를 했다. 디지털 혁신이 기업의 화두가 되면서 갑작스레 디지털 전략을 세울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이 한 두 사람의 전문가 채용을 불가능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조직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이것이 가능한데 단순히 전문가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기업은 분명한 문제다. 최근 디지털 관련 IT인력의 기업으로의 이동이 어떤 시너지를 낼 지는 두고 볼 문제다. 하지만 단순히 전문가를 영입한다고 해서 그 전문가의 통찰을 조직에 녹여내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 역시 해당 분야에 대해선 노하우가 많을지 몰라도 새로 합류한 조직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도가 높은지는 알수없다. 디지털 혁신 시대는 이제 기업의 HR전략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