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구글이 HTC의 스마트폰 분야를 인수했다. 인력과 지적재산권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든 회사다. HTC는 첫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등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를 연 회사다. 구글의 선택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1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HTC 스마트폰 연구개발(R&D) 인력과 지적재산권 사용권 등을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에 사기로 했다. 이 과정은 각국 규제당국 심사를 거쳐 내년 초 완료 예정이다.
HTC는 대만 스마트폰 회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스마트폰 전 세계 점유율은 0.8%다. 올 2분기 점유율은 0.5%다. 2008년 안드로이드 OS 첫 스마트폰 ‘G1’으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자가 되며 사세가 기울었다. 2010년 삼성전자에 역전을 허용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점유율을 잃는 과정에서 고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몰락을 가속화 했다. 국내서도 2012년 철수하며 사후서비스(AS)를 포기해 구설에 올랐다.
구글의 HTC 인수를 업계가 스마트폰보다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다른 기기로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 차원이라고 보는 이유다.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어 파는 것은 이미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업체의 강세다. 구글이 이들을 버리고 자신이 만든 폰에만 최신 OS를 적용하긴 힘들다. 귝제 이슈도 있다. 안드로이드 확장기 모토로라를 구글이 샀을 때완 다른 상황인 셈이다. 오히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 기능을 내재화 해 애플에 비해 부족한 지점을 채우려는 의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안드로이드가 버전을 높이며 많은 부분 발전을 했지만 아이오에스(iOS)에 비해선 기기와 궁합 즉 최적화 쪽에선 모자란 면이 있다. 레퍼런스폰도 한계가 있었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HTC의 스마트폰은 존재감을 잃었기 때문에 얼마나 시너지가 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스마트폰 판세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등 새로 각광을 받는 플랫폼용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각각 추진 중이다. HTC에서 흡수한 인력은 이 부분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기와 별개로 OS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기를 알면서 OS를 개발하는 것이 판을 키우는데 용이하다. 앞서 언급한 애플에 비해 구글이 부족한 지점도 이것이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외적인 면에선 이들을 활용 기기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창출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애플처럼 개발만하고 생산은 외주를 맡기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마트폰 사업을 구글에 넘긴 HTC는 당분간 가상현실(VR)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VR기기 ‘데이드림뷰’를 HTC가 전담할 확률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