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호 칩스앤미디어 부사장도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실적 악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칩스앤미디어의 IR설명회가 끝나자, 한 투자자는 이호 부사장을 붙들고 주가 하락에 대한 이유를 연신 되묻기도 했다. 이호 부사장은 실적 이슈 말고는 다른 이유를 대지 못했다.
칩스앤미디어도 설명회 내내 사업 현황과 미래 전략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공시와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내용이었다. 주가 하락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었다.
최근 칩스앤미디어 주가는 올해 초 1만4000원대에서 8월 7800원대로 하락해 50% 가까운 손실을 봤다. 특히 올해 1, 2분기 잠정 실적이 공시될 때 주가가 급락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4월 27일부터 주가는 3거래일 연속 22% 가량 하락했다. 또한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7월 27일 이후에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21% 정도 떨어졌다.
향후 주가 방어에 직접 나설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이호 부사장은 “주주들이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호 부사장은 자사의 ‘코어타임’ 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코어타임은 직원들의 평일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오후 2~5시 사이에는 회의를 위해 직원 간 근무가 겹치도록 한 제도다. 이 부사장은 “언론에서 3시간만 근무한다는 식의 기사가 나와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는 모바일 칩 로열티 감소 때문? = 올해 2분기 칩스앤미디어의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5억원, -13억원, -12억원이다. 전년 2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28억, 1억5000만원, 2억2000만원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매출액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줄고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실적 악화에 대해 이호 부사장은 “모바일 칩 업체의 IP 사용에 대한 로열티가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어 실적이 악화됐다”며 “지금 세계적으로 보면 퀄컴, 애플, 삼성,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 하웨이의 자회사인 실리콘 정도를 제외하면 모바일 칩 회사들이 모두 철수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울트라 HD 급 영상을 처리하기 위해선 H.265(HEVC) 라는 새로운 비디오 국제 표준을 구현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장에서 그 흐름이 천천히 왔다는 점도 실적이 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라며 “이 표준이 점점 확산되고 이와 관련한 회사들이 많이 생겨야 우리에게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H.264 표준을 계속 사용하다가, 올해 6월 '세계개발자포럼(WWDC) 2017'에서 iOS11에 H.265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호 부사장은 “이로써 이 표준에 대한 시장 인식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더디게 왔던 변화 흐름이 빨라지게 된 만큼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칩스앤미디어는 애플의 H.264와 구글의 VP9를 하나의 IP로 제공한다. 칩 제조사 입장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각각 채택하고 있는 코덱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실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 이호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하반기 라이선스 매출 때문에 하반기에 매출이 좋았다”며 “올해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 IP 업체.. 밸류 체인 붕괴 '긍정 신호'? = 칩스앤미디어는 ‘반도체 설계자산(Silicon Intellectual Property)’ 전문업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IP’나 ‘IP’라고 부른다.
IP는 반도체 칩에 삽입돼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 칩스앤미디어의 주요 IP 사업영역은 ‘비디오IP’ 기술 분야다. 비디오IP는 멀티미디어 반도체 칩 설계도의 일부로, 칩 내부에 삽입돼 동영상을 녹화하거나 재생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칩스앤미디어는 반도체칩 제조사에 비디오IP를 공급하고, 이에 대해 반도체 칩 회사가 지불하는 로열티를 수익으로 삼는다. 칩 제조사가 IP가 탑재된 칩을 디지털기기 제조사에 납품하면 최종 스마트기기 제품이 생산된다. ‘비디오IP 업체 → 반도체칩 업체 → 최종 제품(스마트폰 등) 제조사’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이다.
그러나 요즘 이 같은 기존 밸류체인이 점차 붕괴되고 있다. 이호 부사장은 “예를 들어, 기기제조사인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삼성 파운드리에 칩 제작을 요청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생기거나,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문도 IP를 백화점처럼 구비해 고객이 주문제작해달라고 요청하면 그에 맞게 제작하는 식의 서비스를 요새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칩스앤미디어는 이 같은 밸류 체인의 파괴 현상이 자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 부사장은 “우리도 대형 IT기기 회사로부터 직접 그런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칩스앤미디어는 자율주행차, 드론 등 신규 시장 진입을 위한 토털 IP 확보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향후 신규 모멘텀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칩스앤미디어는 이미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SP)’와 ‘컴퓨터활용 사진기술(CP)’ IP를 출시했다.
한편, 칩스앤미디어의 최대주주는 반도체 개발기업 텔레칩스다. 텔레칩스는 3월 기준 칩스앤미디어의 주식 255만8510주(34.5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8.41%다. 텔레칩스의 최대주주는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로, 지분율은 22.20%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