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물리적 전쟁 전 이뤄지는 사이버위협만으로 전쟁의 승패는 사실상 결정된다. 미사일을 비롯한 최신형 무기들은 센서로 연결돼 있고 이는 네트워크망에 속한다. 이 망을 마비시키는 능력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진다. 기밀정보 및 설계도면 등을 유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제6회 정보보호의날’을 맞아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국제 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 “테러집단들이 사이버무기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구축한다면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사이버안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며, 정보보호를 위한 억제전략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전쟁은 전세계에서 실제 다양한 형태로 발발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의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 등 첨단무기 설계도가 유출됐다. 중국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부 위원은 “더 이상 이 전투기로 중국과 미국이 전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최신형 전투기 설계 도면이 빠져나갔다면 상대 국가는 이미 장단점을 파악하고 단점을 공략하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에스토니아 정부가 수도 탈린에 있는 구소련 참전 기념 청동 군인상을 이전하겠다 하자, 러시아의 애국적 해커들이 에스토니아의 사회 간접 인프라를 관장하는 시스템과 정부 주요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사건도 있었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탈린 매뉴얼(Tallinn manual)’을 발표했다. 사이버전에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사이버공격과 관련해 국제적 통용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부 위원은 “2008년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하기 전 사이버전을 먼저 감행한 후 물리적 군사력을 투입시켰다”며 “현대사회의 전쟁은 사이버공격과 물리력이 함께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핵 원자력 발전소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첩보를 듣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작해 우라늄 농축 원심 분리기를 마비시킨 적도 있다”며 “바이러스를 심어 이란의 공격 능력을 2년 정도 늦췄다”고 덧붙였다.
이날 부 위원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보호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국가적 노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부 위원은 “스노든이 미국의 1급 비밀을 공개했을 때 미국정부가 사이버공격 때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물리적 제거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이버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한국도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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