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 정보보안 1위 기업 SK인포섹이 글로벌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2021년 기업가치 1조원·연매출 4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전세계 탑티어(Top-tier, 일류) 보안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중소 보안기업들 위주로 편성된 국내 보안시장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요를 찾아 글로벌로 나아가겠다는 것. SK인포섹의 강점인 위협 인텔리전스와 시큐디움 등을 기반으로 해외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현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외진출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더했다.
이와 관련 SK인포섹은 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안희철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의 차세대 성장전략을 밝혔다. 올해 1월 취임한 안 대표가 처음 마련한 자리로, 향후 추진될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청사진을 발표했다.
◆“답답한 국내시장, 중소기업 몫 뺏지 않은 진짜 성장하려면 해외로” = 안 대표는 “지금까지 SK인포섹은 평균 20%씩 성장해 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성장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보안산업은 30~40%씩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국내 보안산업 성장은 매년 10% 내외일 뿐 답답한 시장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1위 사업자이자 대기업 계열 보안회사인 SK인포섹이 과거만큼 더 성장하려면 중소기업들이 포진된 국내 보안산업 내에서 이들의 몫을 뺏어와야만 한다”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 시도를 5년전부터 해 왔지만 지난해 기준 글로벌 연간 매출은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으로, 내부 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보안시장은 서비스와 제품시장이 각각 2: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 2조2000억원 정보보안시장에서 서비스 비율은 22%, 제품 비율은 78%다. 글로벌의 경우 90억5000만달러 정보보안시장에서 서비스 비중은 지난해 기준 59%에 달한다. 2019년 62%까지 커질 전망이다.
서비스 사업자인 SK인포섹은 이 부분에서 기회를 엿봤다.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서 모든 산업이 소프트화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의 확산에 따라 산업 경계가 없어지고 산업 간 융합 비즈니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대상과 보안에 대한 의무가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킹 정전사태, 현금인출기(ATM) 개인정보 유출사고,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등을 보더라도 사이버 영역에서 피해를 입히던 해킹 공격이 국가기반시설 서비스, 금융서비스 등 현실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트랜포메이션 혜택의 이면에 숨은 보안이슈는 해결하고 가야 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부상했다.
안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와 사업을 탐색하면서 현재 SK인포섹이 진행하는 사업과 인접한 영역에 대해 고민했다”며 “글로벌 시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오는 새로운 보안 수요와 잘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보안기업의 무덤 글로벌 “이번엔 다르다”=SK인포섹은 기존 국내 보안기업들의 글로벌 진출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기업들과 함께하는 파트너십부터 맺겠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도 해외 보안시장의 벽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손꼽을 만한 성공사례는 없었다. 심지어 사업 철수도 번번이 일어났다.
강용석 SK인포섹 사업개발본부장은 “기존 보안기업들은 글로벌 진출 때 해외 채널부터 확보하지만, 우리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며 “글로벌 코로케이션 사업자와 협력 추진 중이며, 중국 주요 통신사 및 일본 주요 데이터센터들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SK인포섹이 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MSP),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통신사 등과 견고한 협력체계를 통해 기반을 잡았던 점을 해외시장에도 적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유통채널이 아닌 실제 서비스 사업들부터 공략키로 했다.
글로벌 보안단체 사이버위협연합(CTA)에 아시아 보안기업 최초로 가입한 것도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SK인포섹은 국내 8000개 이상의 보안 시스템에서 확보한 국내 최대 위협정보를 위협 인텔리전스로 지식 자산화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오토메이션·오케스트레이션 등 자동화기술을 적용해 사이버공격에 방어하고 있다. 위협 인텔리전스와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보안관제 플랫폼 ‘시큐디움(Secudium)’을 통해 실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현재 SK인포섹이 보안관제가 서버, 데이터베이스 등 IT시스템 영역에 대한 해킹 위협 징후를 모니터링해 공격을 차단한다면 앞으로는 CCTV, IP카메라, 출입통제 등 물리보안 영역과 산업제어시스템(ICS), 사물인터넷(IoT) 등 산업 보안 영역의 해킹 위협까지 방어할 예정이다.
최근 SK인포섹은 위협 인텔리전스를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사이버 위협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특화된 연구 조직을 만들었다. 40명으로 구성된 ‘시큐리티 익스퍼트 랩(Security Expert Lab)’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위협 분석 리포트를 공개한다. 또, 테크놀로지 얼라이언스를 통해 스타트업과 상생방안을 차고, 오픈 플랫폼을 활용해 경쟁사 및 고객들에게 지금까지의 역량을 공유할 방침이다.
안 대표는 “국내에서 20여년간 쌓아온 인텔리전스는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다”며 “이달부터 9월 내 실질적인 글로벌 사업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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